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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와 마법의 책 (The Book of Life, 2014) - 신들의 시험을 통과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 제목: 마놀로와 마법의 책
  • 감독: 조지 R. 구티 에레즈 (Jorge R. Gutierrez)

장난꾸러기들의 등장. 

 영화 <마놀로와 마법의 책>의 첫 장면에는 어디론가 향하는 노란 버스가 등장합니다. 박물관에 견학 올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토머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라 보입니다. 토머스에게 심한 장난을 치며 'loser'라고 놀리기까지 하는 그들을 토머스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때 토머스를 구해줄 구원자가 등장합니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 그녀는 말썽쟁이들을 자신이 맡겠다고 말합니다. 토머스는 그녀를 걱정하지만 그녀는 자신만만해합니다. 

 이때 아이들 중 하나가 토머스에게 했던 장난을 그녀에게도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유 있게 그의 장난을 막아내며 그들을 박물관 안으로 인도합니다.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아이들은 잠시 놀랍니다. 곧 그녀를 따라가던 아이들은 정문이 아닌 가로막힌 벽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얼른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그녀를 향해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합니다. 마치 그 벽은 영화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의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벽은 착시효과로 인해 막힌 것처럼 보였을 뿐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밌어하며 그녀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죽음에 관한 옛날이야기.

 영화 <마놀로와 마법의 책> 속 박물관의 실내는 랜턴을 들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어둡습니다. 아이들은 그녀 곁에 붙어서 계속 이동 중입니다. 그녀는 11월 2일이 어떤 날인지 아느냐며 다섯 아이들에게 질문합니다. '타코가 나오는 날이다'. '핼러윈 사탕을 먹는 날이다.' 같은 엉뚱한 대답들이 들립니다. 정답은 '죽은 자의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환하게 불을 켜며 그들이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그곳은 바로 멕시코의 문화유산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거대한 규모의 화려한 유산들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강렬한 색상의 해골들도 전시되어있었지만 전혀 기괴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곳에 거대한 황금빛 책이 놓여 있습니다. 이것이<마놀로와 마법의 책>의 그 책이었을까요? 책의 정체는 '생명의 책'입니다. 생명의 책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사실인 이야기도 있고 전설적인 괴물이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멕시코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곧 멕시코에 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영화 <마놀로와 마법의 책> 속 생명의 책에 따르면 오래전 멕시코 한복판에 '산 앙헬'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산 앙헬'이 우주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 아래에는 '기억의 땅' 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들이 살고 있는 마법의 땅이었습니다. 반대로 '망각의 땅' 도 있었습니다. 그곳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인 불쌍한 영혼들이 가는 외로운 땅입니다. 

 그 땅들을 다스리는 신비로운 두 명의 지배자가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의 이름은 '라 무에르테'로 사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녀는 인간을 사랑하며 인간의 마음이 순수하고 진실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의 이름은 '시발바'입니다. 그는 매력적인 악당으로 인간들 역시 자신처럼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생김새가 무서운 이유는 그는 '타르'처럼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흰 수염을 기르고 유쾌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는 양초 제작자라고 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기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영화 <마놀로와 마법의 책>의 진짜 이야기는 '라 무에르테'와 '시발바'의 내기로 시작합니다. 죽은 자의 날은 그들의 가족들이 음식과 제물을 사랑하는 고인의 제단에 바치는 날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절대 어둡지 않습니다. 마치 합동 생일 파티처럼 공동묘지에는 촛불이 환하게 비추고 악단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라 무에르테와 시발바가 죽은 자의 날에 등장합니다. 시발 바는 늘 춥고 황량한 망각의 땅에서의 삶을 끔찍해합니다. 그는 늘 따뜻하고 즐거운 기억의 땅에서 축제를 즐기는 라 무에르테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땅을 바꾸어 다스리자며 그녀에게 내기를 제안합니다. 이미 그는 이전 내기에서 속임수를 쓴 전적이 있기 때문에 라 무에르테는 그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녀는 속임수를 쓰고도 내기에서 진 시발바가 망각의 땅을 다스리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며 그를 피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그의 제안에 그녀는 내기를 받아들입니다. 

 

 내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들의 앞에 두 소년과 한 소녀가 있습니다. 두 소년 모두 한 소녀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후 두 소년 중 누가 그 소녀와 결혼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그들의 내기 내용입니다.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귀여운 소녀의 이름은 '마리아'입니다. '마놀로'라는 이름의 소년은 늘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는 로맨티시스트입니다. 그는 어머니를 잃고 그녀를 항상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라 무에르테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마놀로에게 다가가 그에게 축복을 빌어줍니다. 라 무에르테는 마놀로가 마리아의 결혼 상대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나머지 소년의 이름은 '호아킨'입니다. 호아킨의 아버지는 '몬 드라몬' 대위로 전투 중 사망했습니다. 아버지의 호전적인 모습을 닮아 호아킨은 칼싸움 장난을 즐겨하는 소년이기도 합니다. 시발바는 호아킨에게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신비한 메달을 건넵니다. 그 메달을 지니고 있으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대신 호아킨은 그 대가로 시발바에게 빵 한 덩어리를 건네줍니다. 이렇게 두 지배자의 내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마놀로와 마법의 책>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 갈까요? 

 독특한 영화 주제.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마놀로와 마법의 책>은 영화 <코코>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코코>가 <마놀라와 마법의 책>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표절 시비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메타크리틱' 영화 평론 사이트 등에서 높은 평을 받은 영화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흥행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습니다. 제작비 5천만 달러에 전 세계 흥행은 9980 달러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영된 적이 없어 그 성적을 알 수는 없으나 <코코>가 흥행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 영화 역시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죽음을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관객들에게 밝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엄숙한 분위기의 우리나라 장례 풍습과 달리 멕시코는 오히려 그날을 축제의 날로 여기며 돌아가신 고인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는 한 그들이 이승에 있는 우리들과 늘 함께라는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죽음이 꼭 슬픈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식상한 영화 속 주제에 지친 사람들이 있다면 영화 <마놀로와 마법의 책>을 한번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