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플러버
- 감독: 레스 메이필드( Les Mayfield)
- 개봉: 1997. 12. 20.
- 출연: 로빈 윌리엄스 (필립 브레이너드 역), 마샤 게이 하든 (사라 진 역), 크리스토퍼 맥도널드 (윌슨 크로프트 역), 레이몬드 J. 베리 (체스터 역), 클랜시 브라운(스미스 역 ) 등.
건망증 과학자 필립.
영화 <플러버>는 집안 곳곳 실험 도구가 가득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집주인은 아무래도 이공계열의 사람이 분명해 보입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각종 도구들로 더 이상 발 디딜 틈 없는 마당을 지나 2층 침실로 향합니다. 잡동사니들로 꽉 차 있는 방에서 테이블 위 알람 시계가 시끄럽게 아침을 알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 한 남자가 버튼을 누릅니다. 그 순간 마당에 있던 휴지통이 하늘로 발사됩니다. 굉음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이 남자가 바로 <플러버>의 주인공 필립 박사 (로빈 윌리엄스)입니다.
주방에서는 각종 로봇들이 그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데 한창입니다. 계란 프라이는 물론 펜케이크까지 적절한 타이밍에 뒤집어 만들어 박사에게 서빙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그의 집사나 다름없습니다. '위보' 란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필립 박사와 아침 인사를 나눕니다. 박사는 그의 개인 비서나 다름없는 위보와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준안정 합성체만 완성시키면 학교를 구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자금 문제로 학교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보는 학기말은 대부금 상환기간이라며 그에게 발명을 서두를 것을 조언합니다.
필립 박사는 위보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읊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는 방과 후에 잡혀있는 중요한 약속에 대해 생각해내려고 애씁니다. 위보의 화면에는 오후 6시 사라 진(마샤 게이 하든) 과의 결혼식이란 글자가 뜹니다. 사실 오늘은 필립 박사의 결혼식 날입니다. 하지만 위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박사에게 결혼식 스케줄만은 알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결혼식 날도 잊어버릴 만큼 건망증이 심한 필립 박사는 결국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학교로 출근을 합니다.
세 번의 나 홀로 결혼식.
영화 <플러버>의 주인공 필립 박사의 결혼 상대인 사라 진은 필립과 같은 메드필드 대학교의 학장입니다. 그녀는 학교 재정문제로 여러 곳과 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녀는 그러는 와중에도 드레스의 상태를 확인하며 비서들과 결혼식 스케줄에 관해 조율하고 있습니다. 건망증이 심해 두 번이나 결혼식날을 잊어버린 필립 박사 때문에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결혼식 시도입니다. 그래도 인내심 있게도 그녀는 건망증이 심한 그를 위해 이번 결혼식은 굉장히 큰 규모로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꼭 결혼을 하고 말겠다는 그녀의 각오를 본다면 필립이 오늘만큼은 꼭 기억했어야만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과학 실험 외에는 모든 일이 서툰 필립 박사답게 그는 자신의 강의실이 아닌 한참 누드화 작업이 진행 중인 미술실로 들어갑니다. 그는 모델들과 학생을 보지 못한 채 칠판으로 직행해 뉴튼의 중력 법칙 강의를 판서하기 시작합니다. 황당해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세계에 빠져 강의 진행을 계속합니다. 판서할 다른 칠판을 찾던 중 그곳에 쓰여있는 데생 수업 이란 글자를 보고 난 후에야 그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이 강의실을 잘못 찾아왔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입니다. 잠시 필립과 사라가 만날 시간이 생겼고 필립은 사라로부터 오늘이 결혼식이 있는 날임을 전해 듣게 됩니다. 결혼식 장소와 시간까지 다시 한번 새겨들은 필립은 사라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드디어 영화 <플러버>에서 그의 결혼식을 볼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플러버의 탄생.
집으로 돌아와 결혼식 준비를 하던 필립은 위보와 대화하던 도중에 그의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과학광답게 그는 바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실험체 발명을 위한 설계도를 짜기 시작합니다. 위보는 그가 정신없는 이때 사라와의 결혼식 스케줄을 고의로 삭제합니다. 기계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위보가 사실은 필립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됐기 때문입니다. 아침 식사 시간에도 그에게 결혼식 스케줄을 알리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위보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 채 필립은 그가 고대했던 준완성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가 실험을 시작합니다. 2년 동안이나 공들인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는 과학자로서의 명예 획득은 물론 학교의 재정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한 후 마지막으로 전기 스위치를 올립니다. 하지만 실험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재료를 혼합했던 통에서 어떤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그리고 그것의 뚜껑을 열자 필립의 표정이 환하게 바뀝니다. 드디어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플러버'가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동심의 세계로.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로빈 윌리엄스의 작품 <플러버>는 그를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천진난만한 과학자의 모습은 그의 선한 인상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합니다.
플러버는 요즘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액체 괴물과도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러버를 만들기 위해 신나게 실험에 임하는 필립의 모습과 액체 괴물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필립은 플러버를 활용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누비기도 하는데 그의 이런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는 잠시 잊고 있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특수 효과 수준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플러버의 CG효과는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튀어 다니는 플러버를 보면서 그 당시 기술 수준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영화 곳곳의 만화적 요소들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플러버를 바른 골프공과 볼링공이 주인공도 모르게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은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디즈니 작품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 <플러버>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물론 90년대 감성을 추억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을만한 영화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