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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

폴라 익스프레스
폴라 익스프레스

  • 제목: 폴라 익스프레스
  • 개봉: 2004. 12. 23.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폴라 익스프레스>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잠을 청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타가 곧 올 것을 생각하면 잠이 잘 올 리가 없다. 소년은 눈을 뜨고 창문 밖을 살핀다. 늦은 밤 눈 덮인 마을엔 사람의 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산타는 아직인 걸까. 소년은 트리 밑에 선물이 놓여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1층으로 향한다. 아직 트리 밑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다. 트리 옆 테이블 위에 산타를 위해 준비해둔 쿠키와 우유도 그대로이다. 그때 썰매 종소리가 살짝 울린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그림자가 하나 보인다. 산타 모자처럼 보이는 그림자의 정체는 알고 보니 소년의 아버지와 동생의 그림자였다. 아빠는 딸을 얼른 재우기 위해 2층으로 향한다. 산타를 믿고 있는 어린 여동생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덕분에 아빠는 그녀를 재우기 위해 애를 먹는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게 미리 방으로 들어와 있던 소년.  소년은 방문 열쇠 구멍 사이로 아버지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산타 모자를 발견한다. 아까 그가 들었던 종소리는 모자에 달린 종소리였던 것. 소년은 '역시나 그랬어'라는 표정으로 서랍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서랍 속에는 소년이 모아뒀던 산타와 관련된 자료들이 한가득이다. 산타를 모델로 한 잡지, 산타 복장을 하고 시위하는 노동자들의 기사, 그리고 산타가 살고 있다는 북극은 사실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라는 정보까지. 온통 산타를 부정하는 것들 뿐이다. 소년은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일까. 누군가 소년의 방으로 다가오는 소리에 소년은 침대에 뛰어들어 자는 척을 한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부모님. 그들은 소년이 일찍 잠든 모습을 보고 그가 이제는 산타를 기다리는 것 같지 않아 못내 아쉬워한다. 산타를 믿을 나이는 지났다며 이제는 소년에게 마법이 풀린 것 같다고 말하는 아빠. 소년이 곧 지나갈 기차 소리도 듣지 못할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까지 남긴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소년은 아빠의 말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 마법이 풀렸다니? 기차는 또 뭐고? '

 

그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지진이 난 것처럼 갑자기 방 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창 밖으로 굉음과 함께 불빛이 번쩍였던 것. 소년은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간다. 혹시 이거 꿈은 아닐까? 소년의 집 앞에 엄청난 크기의 기차가 정차해있다. 기차 몸체에는 크게 폴라 익스프레스라고 적혀있다. 멀리서 승차를 서두르라는 역무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이 역무원을 보고 머뭇거리자 그는 소년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보여주며 북국행 특급열차에 탑승할 것을 권유한다. 소년의 꺼림칙한 표정에 그는 소년이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지금이 북극에 갈 적기라고 알려준다. 열차 탑승 여부를 소년에게 맡기는 역무원. 소년이 고민하는 사이 폴라 익스프레스는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하고 소년은 결심한 듯 열차 위에 오른다. 

 

이미 열차 안은 소년 또래 아이들로 북적인다. 모두 잠옷 차림인 걸 보아서 소년과 마찬가지로 다들 자다가 엉겁결에 기차에 탄 것으로 보인다. 수다쟁이 남자아이가 소년에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건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기차 모델에 대한 정보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꽤나 피곤한 스타일이다. 한 여자아이 역시 소년에게 말을 건다. 행선지를 묻는 소년의 물음에 소녀는 이 기차는 북극으로 향하는 마법 기차라고 답한다. 역무원이 다시 등장해 아이들의 폴라 익스프레스 티켓을 확인한다. 그런 게 있을 리 없던 소년은 일단 한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본다. 그런데 하필 주머니에 구멍이 나있을 게 뭐람. 반대쪽 주머니를 살펴보란 역무원의 말에 소년은 반신반의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는데 정말로 열차권 한 장이 손에 잡힌다. 역무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 두 글자를 폴라 익스프레스 열차표에 찍어주는데 아이들마다 찍힌 글자가 다 다르다. 

 

잠시 뒤 폴라 익스프레스는 허름해 보이는 집 앞에 멈춰 선다. 소년이 마지막 탑승자인 줄 알았는 데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집 앞에 서있던 남자아이는 끝내 열차에 오르지 않는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소년은 창밖으로 그 남자아이에게 아쉬움의 인사를 건넨다. 그 순간 뛰어오기 시작한 남자아이. 소년은 그 아이를 태우기 위해 황급히 열차 긴급 정지 레버를 내린다. 그는 소년 덕분에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소년에게 고맙단 말 한마디 없이 아무도 없는 칸에 홀로 자리를 잡는다. 아이들 모두 역무원이 가져다준 코코아를 마시고 있을 때 소녀는 홀로 다른 칸에 앉아 있던 아이가 신경 쓰인다. 소녀가 그 아이에게 코코아를 한 잔 가져다주려고 칸을 이동한다. 소년은 그녀의 좌석에 놓여있던 티켓을 발견한다. 소년은 소녀에게 티켓을 가져다주기 위해 이동하다가 그만 바람에 티켓을 손에서 놓치고 만다. 

 

폴라 익스프레스 티켓을 잃어버린 여자아이는 역무원과 함께 매서운 바람이 부는 기차 위를 걸어 어디론가 향한다. 소녀를 기차에서 내리게 할 것이란 수군거림에 소년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그때 소년은 구석에 박혀있던 소녀의 티켓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들의 뒤를 쫓는다. 겨울 칼바람이 소년을 위협한다. 눈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년은 수상한 사람을 보게 된다. 허름한 옷을 입은 그는 기차 위에서 불을 때며 커피까지 마시고 있다. 소년은 소녀를 도와야 한다며 그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는 산타나 유령을 믿느냐는 등 엉뚱한 질문만 던지더니 결국 소년이 소녀를 찾는데 동참한다. 그는 소녀가 있는 기차 엔진까지 소년을 데려다준 뒤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때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역무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이 닦달하는 바람에 어느 것이 브레이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소녀. 소년은 과연 소녀를 믿고 그녀가 말한 브레이크 손잡이를 당길까, 아니면 그의 직감대로 반대편에 있는 빨간색 손잡이를 당길까? 더 이상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다. 결정의 순간이다. 

 

리뷰

크리스마스 하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영화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다르다. 뭔가 미묘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상황 설정이나 분위기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계속되는 긴박한 상황에 심장이 다 쪼그라들 정도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이름도 딱히 밝히지 않는다.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몇몇 등장인물들은 <폴라 익스프레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어찌 보면 열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그나마 영화 중간중간 유머가 섞여있어 '아! 이거 공포영화 아니었지? '라며 긴장감이 풀린다.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재밌는 건 그때그때 소년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마치 인생게임 같아 보인달까? 영화를 보다 보면 소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당신은 산타를 믿는가? 믿지 않는다면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에 한번 탑승해보는 것은 어떨까? 열차에서 하차 이후 아마 다른 각도로 크리스마스를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