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클래식
- 개봉: 2003. 01. 30.
- 감독: 곽재용
- 출연: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 등.
잊고 있었던 그 느낌.
당연한 것이겠지만 세대가 바뀔수록 사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호감이 있는 상대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사람 간의 사귐과 헤어짐이 상대적으로 예전보다는 쉬워진 듯 보입니다. 그렇다고 요즘의 사랑 방식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모습과 성격이 제각각이듯 사랑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요즘 사람들이 옛날 사람들의 사랑 방식을 본다면 답답하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사랑 방식을 몇 가지 단어들로 표현하자면 수줍음, 망설임, 후회, 안타까움 같은 것들로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호감 있는 상대가 있더라도 지금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가 결국 고백 한번 못해보는 안타까운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옛날 방식의 사랑법이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순수함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한동안 저도 그런 느낌을 잊고 있다가 영화 클래식을 보고 나서 오래간만에 그 느낌을 기억해냈습니다. 영화 클래식이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렇지만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를 잘 연출한 덕분일 것입니다.
영화 클래식은 1960년대를 살았던 관객들에게는 옛날 그 시절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세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사랑 방식에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한번 예상해봅니다.
전할 수 없는 마음.
영화 <클래식> 속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대학생 지혜(손예진)는 같은 대학 선배인 상민(조인성)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의 친구인 수경 또한 상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와 달리 적극적인 수경은 지혜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하며 상민에게 접근합니다. 안타깝게도 지혜의 진심이 담긴 연애편지 덕분에 수경과 상민은 사귀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상민에 대한 마음은 애틋하지만 친구인 수경이가 마음에 걸려 그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을 거의 포기한 지혜는 어느 날 엄마 주희가 간직한 상자 속에서 그녀의 일기와 편지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엄마의 일기장 속 남자의 사진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라는 것입니다.
주희와 준하의 짧은 첫 만남.
영화 <클래식> 속 장면은 지혜의 엄마인 주희의 시절 1960년대로 돌아갑니다. 주희는 시골 외삼촌 집으로 놀러 온 준하(조승우)를 마을에서 우연히 보게 됩니다. 사실 첫 만남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곧 두 사람은 그들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러다 주희는 준하에게 강 건너 귀신의 집에 한번 가보자고 제안하기까지 합니다. 귀신의 집에서도 그들은 재밌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러는 사이 그들이 타고 온 나룻배가 강에 떠내려가고 맙니다. 결국 밤늦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주희를 찾아 나선 가족들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준하를 크게 꾸짖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짧은 만남은 주희가 시골을 떠나면서 끝나게 됩니다.
뜻밖의 재회.
방학이 끝나고 고등학교로 돌아간 준하는 그의 친한 친구인 태수의 부탁을 받고 연애편지를 대필해주게 됩니다. 그런데 그 편지를 받을 상대를 확인한 준하는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 편지를 받을 사람이 바로 주희였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주희는 국회의원의 딸이자 태수와는 이미 집안에서 정해준 대로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주희와 준하는 곧 다시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태수가 가져온 학교 축제 초대권 덕분이었는데요. 이 초대권으로 태수와 함께 주희의 학교에 방문한 준하는 그녀와 애틋한 재회를 합니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
결국 영화 <클래식>의 주인공 준하와 주희는 태수 몰래 만남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인 태수를 속이는 것에 괴로웠던 준하는 태수에게 사실 주희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태수는 그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주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음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준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해줍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수의 집은 발칵 뒤집힙니다. 결국 태수는 아버지께 주희와의 정략결혼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지만 국회의원 집안과의 결혼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태수를 무자비하게 폭행합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주희와 결혼할 것을 그에게 명령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태수는 친구 준하와 집안의 반대 사이에서 갈등하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을 시도합니다. 태수의 자살 시도에 크게 충격받은 준하는 그가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주희를 포기하는 것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곧 주희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그는 졸업 후 바로 군대에 입대해 월남 파병을 떠납니다.
몇 년 뒤 한 카페에서 영화 <클래식>의 주인공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준하는 밝은 모습으로 자신이 결혼했음을 주희에게 알리고 주희는 그런 준하를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주희는 그의 얼굴을 다시 보고는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그는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