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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쿠스코!(The Emperor's New Groove, 2000)

쿠스코? 쿠스코!
쿠스코? 쿠스코!

  • 제목: 쿠스코? 쿠스코!
  • 개봉: 2001. 01. 13. 
  • 감독: 마크 딘달
  • 목소리 출연: 데이비드 스페이드 (쿠스코 역), 존 굿맨(파차 역), 어사 키트(이즈마 목소리 역) 등. 

비를 맞고 있는 라마

영화 <쿠스코? 쿠스코!>는 억수로 쏟아지는 빗 속에서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는 라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믿기지 않게도 라마는 자신이 과거 황제였었다고 말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황제가 어째서 처량한 라마가 되었는지 그의 사연을 더 들어봐야겠다. 라마의 원래 이름은 쿠스코. 누구보다 착하게 살았던 황제 쿠스코는 아무 이유 없이 파멸당했다고 한다. <쿠스코? 쿠스코!>는 그의 말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원래 사람이었던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시간을 너무 많이 뒤로 되돌린 것일까? 장면은 황제 쿠스코가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 자신의 귀여운 모습을 좀 보라며 자화자찬하는 쿠스코. 벌써부터 그에게서 싸한 느낌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어진 임금과는 거리가 먼 자뻑 스타일의 폭군이었다. 그는 자신을 찬양하는 쇼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사람 하나를 높은 궁 창문에서 던져 버리기까지 한다.   

해고 당한 이즈마

마을 대표 파차가 쿠스코의 명을 받고 궁전으로 찾아온다. 파차는 방금 전 쿠스코에 의해 밖으로 던져진 노인을 구한다. 아직도 겁에 질려있던 노인은 파차에게 쿠스코를 조심하라고 중얼거린다. 

쿠스코가 있어야 할 왕좌에 그의 보좌관인 이즈마가 앉아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왕인 양 행세하고 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을 한다더니 딱 그 모양새다. 왕의 자리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즈마가 일처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이즈마는 도움을 요청하는 농부에게 애초에 농부로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며 그를 궁 밖으로 내치기도 한다. 정세를 엉망으로 돌보는데도 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게 용할 따름이다. 이때 쿠스코가 등장한다. 쿠스코는 이즈마의 외모와 주름살, 그리고 이에 낀 이물질을 보며 속으로 기겁한다. 결국 쿠스코는 인원 감축 핑계를 들며 이즈마를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궁을 떠나는 이즈마. 건방진 황제 쿠스코를 <쿠스코? 쿠스코!>의 악녀 이즈마가 과연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가 궁금하다.   

집을 잃게 된 파차

파차가 쿠스코 앞에 대령한다. 파차는 무슨 이유로 쿠스코가 자신을 불러들였는지 궁금하다. 파차에게 친한 척 말을 거는 쿠스코. 쿠스코는 파차가 살고 있는 마을의 언덕을 모두 무너뜨리고 개인 수영장을 지을 계획이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기념해서 말이다. <쿠스코? 쿠스코!>의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과거 왕의 사냥터를 만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다 내쫓았다는 기록이 갑자기 생각났다. 제정신 아닌 왕은 국경을 초월해 어디에든 존재했구나 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불쌍한 파차는 그곳은 가족들과 함께 6대째 살아오고 있었던 곳이라며 쿠스코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쿠스코에게 그의 애원은 성가실 뿐이다.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파차는 그 마을을 떠나야 한다. 쿠스코는 병사들을 불러 파차를 궁에서 내쫓는다. 

독약을 마신 쿠스코

방금 전 <쿠스코? 쿠스코!>에 대한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모욕을 당한 이즈마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다. 이즈마는 그녀의 오른팔인 크롱크와 함께 황제 쿠스코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해할까 고민하던 이즈마는 쿠스코를 독살하기로 결정한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된 세 사람. 크롱크가 이즈마의 신호에 따라 쿠스코의 음료에 독약을 탄다. 음료를 들이켜자마자 쿠스코는 접시에 코를 박고 쓰러진다. 이즈마는 기뻐하며 그의 시체를 치우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쿠스코가 다시 일어나 이즈마와 크롱크를 놀라게 한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 쿠스코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 귀처럼 길어지더니 그의 목도 길게 늘어난다. 손도 말발굽으로 바뀌더니 결국 쿠스코는 완전히 라마의 몸으로 바뀌고 만다. 알고 보니 쿠스코가 마셨던 독약은 독약이 아니라 라마로 변신시키는 물약이었던 것. 이즈마는 짜증을 내며 크롱크에게 그를 해치우라고 명령한다. 

왕궁으로 돌아가겠다. 

크롱크는 이즈마의 명대로 그를 자루 포대에 담아 물에 빠뜨리지만 마음 약했던 크롱크는 자루 포대가 폭포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그것을 건져낸다.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며 계단을 내려오던 크롱크는 고양이 꼬리에 발이 걸려 자루를 계단 아래로 떨구게 된다. 자루 포대는 파차의 마차 안으로 굴러 떨어지고 크롱크는 인파에 밀려 그를 쫓아가지 못한다. 라마로 변한 쿠스코는 이대로 파차의 농장에서 일이라도 하게 되는 것일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파차는 쿠스코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다행인 것은 라마로 변한 그와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는 것. 파차는 자신들을 집에서 내쫓지 않으면 그가 왕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하지만 시건방진 쿠스코는 자신은 농부 따위와 거래하지 않는다며 그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한다. 결국 혼자서 왕궁으로 떠나는 쿠스코를 보면서 파차는 숲 속은 그를 공격할 수 있는 재규어들이 많다고 경고하지만 쿠스코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 왕이 없어지면 그의 수영장 건설 계획도 무산될 것이므로 파차가 그를 돌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마음씨 고운 파차는 위험에 처할 것이 뻔한 쿠스코를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리뷰

그동안 많은 영화를 보긴 했지만 <쿠스코? 쿠스코!>처럼 주인공이 못된 놈인 적은 처음인 듯하다. 쿠스코는 <쿠스코? 쿠스코!> 초반부터 분노를 유발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악녀로 등장하는 이즈마와 막상막하 수준이다. 그래도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참 재밌다. 하필이면 자신이 내쫓았던 농부 파차의 도움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계급 사회로 치면 상위 1% 자리에만 있던 사람이 사람도 아닌 라마로 살아보니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일까? 세상 물정 하나도 몰랐던 그는 결국 갖은 고생을 다 겪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 아닌 것으로 변하고 나서야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쿠스코? 쿠스코!>의 이야기 구조는 영화 <미녀의 야수>와도 많이 닮아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녀와 야수는 사랑으로 문제를 극복한 반면 <쿠스코? 쿠스코!>는 선한 타인의 도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주인공의 개과천선도 이루어졌으면 물론이다. 실제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사람들에게도 <쿠스코? 쿠스코!>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