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주먹왕 랄프
- 개봉: 2012. 12. 19.
- 감독: 리치 무어 (Rich Moore)
나쁜 놈이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영화 <주먹왕 랄프>는 한 오락실의 모습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 고쳐 펠릭스' 란 게임기 화면엔 동전을 넣으라는 표시가 반짝입니다. 게임의 첫 화면에서는 영화의 주인공인 빨간 머리의 덩치 큰 캐릭터 '랄프'가 등장합니다. 키 275cm에 몸무게 290kg의 거구인 그는 자신을 다혈질의 나쁜 놈이라고 소개합니다. 그의 직업은 주먹을 쓰는 일이며 전문 박살꾼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다른 그 누구보다 뭔가를 부수는 일에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게임의 이름은 '다 고쳐 펠릭스'입니다. 즉 그가 이 게임의 주인공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랄프가 어느 벽돌 건물을 부수기 시작하자 망치를 든 게임의 주인공 '펠릭스'가 등장합니다. 영화 <주먹왕 랄프> 속 그는 랄프와 다르게 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게임 캐릭터이며 랄프가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건물을 빠른 속도로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랄프는 매번 그를 쫒아다니며 건물을 원상 복귀시키는 펠릭스를 못마땅해합니다. 그는 펠릭스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마법 망치만 아니었다면 그토록 빠른 속도로 건물을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불평합니다. 심지어 그는 건물을 옥상까지 말끔하게 수리하는 데 성공하면 주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의 이름이 크게 박힌 메달을 획득합니다. 그럼 랄프는 건물을 빠르게 파괴시킨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는 메달 획득은커녕 건물 주민들에게 들어 올려져 건물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됩니다. 펠릭스와는 상반된 대우를 받고 있는 랄프는 문득 이 상황이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회의감이 드는 주인공 랄프.
그 이후로 영화 <주먹왕 랄프>는 30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게임 트렌드에 맞춰 많은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행히 게임 '다 고쳐 펠릭스'는 아이들에게 잊히지 않고 오락실에서 지금까지 살아남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랄프는 그 사실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뭐든 부숴야만 하는 그의 직업 때문에 그는 게임 내에서 늘 환영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락실 영업시간이 끝나면 게임기 캐릭터들이 활동하는 시간이 됩니다. '다 고쳐 펠릭스' 게임의 캐릭터들도 퇴근 시간에 맞춰 그들만의 파티를 열기 위해 '나이스 랜드' 건물 안으로 모여듭니다. 하지만 랄프만은 그 파티에 초대받지 못합니다. 랄프는 그의 집이 있는 쓰레기장으로 가서 버려진 건축 폐기물과 벽돌로 그의 몸을 덮고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즐겁게 파이를 나눠먹고 있는 주민들을 부러운 눈길로 올려다봅니다. 늘 착한 일을 해서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펠릭스를 보면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게만 느껴집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야만 한다.
영화 <주먹왕 랄프>의 장면은 한 모임 장소로 바뀝니다. 나쁜 놈들의 모임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에는 랄프를 포함해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기에프', <슈퍼 마리오>의 '쿠파' 등 각각의 게임 내 악역 캐릭터들이 모여있습니다. 그곳에서 캐릭터들은 각자의 고충을 토로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랄프의 고백을 들은 다른 게임 캐릭터들은 그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처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그에게 이야기해줍니다. 랄프는 그저 자신도 착한 캐릭터들처럼 친구들도 만들고 싶고 파이도 나눠먹고 싶을 뿐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의 말에 다른 캐릭터들은 놀란 모습입니다. 그들은 짜인 프로그램을 거역해선 안된다며 그가 계속해서 악역을 맡아야만 게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착한 놈이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런 내가 참 좋다' 란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모임을 끝냅니다.
나도 영웅으로서 칭송받고 싶다.
모임을 끝내고 자신의 게임으로 돌아가는 길에 랄프는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는 불쌍한 캐릭터들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유행이 지난 게임의 캐릭터들로 게임기의 플러그가 뽑혀 돌아갈 집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랄프는 방금 전 '팩맨' 게임에서 몰래 가져온 체리를 그들에게 나눠줍니다. 영화 <주먹왕 랄프>에서는 이 장면을 통해 랄프가 나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이스 랜드' 건물 앞으로 돌아온 랄프는 건물 주민들이 자신만 빼고 게임 '다 고쳐 펠렉스'의 30주년 파티를 열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비록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자신 또한 펠릭스에 버금가는 캐릭터라 생각했던 랄프는 파티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랄프는 파티장 입구에서부터 입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펠릭스는 랄프의 등장에 난처해하며 그를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이번엔 랄프도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영화 <주먹왕 랄프> 속 파티장에는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 케이크가 세워져 있습니다. '나이스 랜드' 건물을 모델로 한 케이크엔 게임 캐릭터들을 닮은 인형들까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랄프 인형만은 외로이 건물 밖 구석에 세워져 있습니다. 랄프는 다른 캐릭터 인형들이 모여있는 옥상에 자신의 인형을 올려둡니다. 하지만 곧 랄프를 싫어했던 다른 게임 캐릭터에 의해 그의 행동은 제지당합니다. 그는 랄프에게 그가 펠릭스처럼 메달을 따온다면 그를 인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펜트하우스에서 살게 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랄프를 자극합니다. 랄프는 그 길로 펠릭스보다 더 대단한 메달을 따오겠다며 신신당부하면서 파티장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는 메달을 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에게도 곧 기회가 찾아옵니다. 최신 게임인 <히어로즈 듀티> 전투에 참가해 메달을 획득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게임의 전투 난이도는 그가 있던 옛날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난도입니다. 과연 새로운 게임에서 주먹왕 랄프는 빛나는 메달을 따내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