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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요술쟁이 (Bewitched, 2005)- 사랑은 마녀에게도 통할 것인가?

  • 제목: 그녀는 요술쟁이
  • 개봉: 2005. 08. 25
  • 감독: 노라 애프론 (Nora Ephron)
  • 출연: 니콜 키드먼 (이사벨 비겔로/사만다 역), 윌 페럴 ( 잭 와이어트 /대릴 역), 마이클 케인( 나이젤 비겔로 역) 등

오늘부터 이 집엔 제가 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는 멋진 집을 발견한 주인공 이사벨(니콜 키드먼)이 그녀의 고양이와 함께 그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빗자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그녀는 평범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곧 그 집 앞마당으로 들어가더니 'FOR RENT' 표지판을 두 개의 손가락만으로 만들어냅니다. 뒤이어 그녀는 그녀의 손짓 한 번만으로 가구 포함 집 매매라는 표지판까지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녀는 남의 멀쩡한 집을 순식간에 매매물로 만들어 놓고는 표정 하나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집주인이 이 사실을 알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와 집주인은 자연스럽게 집 매매를 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녀였습니다. 그녀의 마법으로 집주인까지 조종해 그녀에게 집을 팔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집을 매매하기 직전에 그녀의 신분증명서가 필요하다며 그녀에게 관련 서류를 요구합니다. 마녀가 인간의 신분증명서가 있을 리 없기 때문에 그녀는 또 손가락 튕김 한 번으로 마법을 부려 서류 문제를 해결해버립니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사벨은 새 집에 어울릴 가구와 식기들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로 갑니다. 그냥 마법을 사용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면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인간 세상 견학이라도 하듯 마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 나이젤(마이클 케인)을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는 인간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그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살던 곳에서 요술을 부리며 편하게 살면 될 텐데 그녀는 그것을 다 거부하고 인간세상에서 인간처럼 살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를 보는 저 또한 아버지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녀는 마트에서 욕실 색깔 선정을 가지고 다투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까지도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그들처럼 그녀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그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아버지처럼 누군가에게 요술을 걸어 상대를 매혹시키는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간세상 규칙에 적응 중인 그녀는 곤란한 순간마다 요술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마법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들의 우정, 사랑 같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그녀의 결심을 아버지인 그도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짝꿍이 나타나다?

 최근 출연작이 모두 망하면서 집과 아내, 인기까지 모두 잃어버리게 된 배우 잭 (윌 페럴)은 오늘 매니저와 함께 TV시리즈 관계자들을 만나러 갑니다. 재기할 기회가 찾아온 잭에게 매니저는 그들에게 우습게 보여서는 안 된다며 당당하게 행동할 것을 당부합니다. 하지만 어리바리한 잭은 그들 앞에서 실수만 연발합니다. 잠시 매니저의 따끔한 충고를 듣고 정신을 차린 그는 이번엔 그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사항들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엉뚱하기까지 한 그의 요구에 매니저는 당황해하며 그를 제지시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요구는 그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잭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잭의 상대역인 여자 주인공을 완전 무명의 신인으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좀처럼 맘에 드는 신인 여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의 또 다른 주인공 잭은 서점에서 이사벨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코 찡긋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잭은 그녀에게 여주인공을 제안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서점을 떠나는 그녀를 뒤쫓아 카페까지 따라온 그는 일단 그녀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음을 느꼈던 이사벨은 그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줄로 착각하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배우 제안을 승낙할 때까지 그녀에게 구애에 가까운 칭찬을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배우 제안을 승낙한 그녀는 그와 함께 TV 시리즈 촬영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잭을 더 돋보이기 위한 목적의 방송이었기에 이사벨의 출연 비중은 눈에 띄게 낮았습니다. 방송국에서 거의 무시당한다 싶을 정도의 대우를 받는 그녀였지만 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촬영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잭과 그의 매니저의 대화를 듣게 된 그녀는 곧 분노에 차오릅니다. 잭은 그저 그녀를 자기를 더 돋보이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분노와 배신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후부터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에서는 이사벨의 요술 실력이 숨김없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실들. 

 영화 <물랑 루주>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준 니콜 키드먼은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에서는 깜찍하고 순진한 마녀 이사벨로의 연기 변신에 성공합니다. 평소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였던 그녀였기에 이와는 상반된 이미지의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녀는 영화에서 그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켜줍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주목할만한 인물은 <그녀는 요술쟁이>의 감독 노라 애프런입니다. 그녀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인 이번 영화를 여름에 개봉해 개봉 첫 주만에 2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함으로써 한 번 더 그녀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