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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나를 만든다.

  • 제목: 인사이드 아웃
  • 개봉: 2015. 07. 09.
  • 감독: 피트 닥터 (Pete Docter)

 라일리와 그녀의 감정들의 탄생.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어느 아기의 시선으로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아기는 마침내 아빠 엄마를 보고 활짝 웃습니다. 이때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기쁨이가 생겨나게 됩니다. 파란 머리에 연두색 원피스를 입은 기쁨이는 말 그대로 활짝 웃고 있는 얼굴입니다. 그녀는 아기를 라일리 라 부르는 그녀의 부모님을 보고 그녀가 라일리 안에 있는 감정임을 깨닫습니다. 말 그대로 기쁨이는 라일리의 기쁨과 즐거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라일리가 울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울음에 기쁨이가 당황하고 있을 때 기쁨이 뒤로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슬픔이가 등장합니다. 슬픔이의 등장으로 잠시 기쁨이와 함께 행복했던 라일리의 순간은 곧 끝나게 됩니다. 라일리 안에 있는 감정은 그녀가 성장하면서 더 등장합니다. 이후 라일리가 장난감을 가지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때쯤 소심이가 등장합니다. 라일리가 정신없이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다가도 전선을 밟아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다 소심이 덕분입니다. 기쁨이 때문에 라일리가 너무 흥분했을 때 그 정도를 조절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소심이 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는 영화 초반부에 라일리의 감정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이후 라일리의 가족 식사 때 나타나는 감정들이 까칠이와 버럭이 입니다. 라일리는 아빠가 자기에게 먹이려고 하는 브로콜리를 보고 본능적으로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거부의사를 표시합니다. 이 때 까칠이가 나타나는데 이후부터는 까칠이는 라일리가 뭔가 하기 싫거나 꺼려할 때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럭이가 등장합니다. 아무리 라일리가 브로콜리를 거부해도 아빠가 그것을 그녀에게 먹이려 하자 그녀는 결국 한껏 짜증과 화를 냅니다. 버럭이란 이름은 글자 그대로 라일리가 분노하는 상황에 나타나서 그녀가 화를 내도록 만듭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새로운 삶. 

 라일리의 아빠가 직장을 샌프란시스코로 옮기게 되면서 라일리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라일리와 그녀의 감정들은 새로운 곳에서 시작될 생활에 대해서 처음엔 많은 기대를 합니다. 하지만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라일리는 그녀의 기대와 많이 다른 집 상태에 실망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주요 감정 중 하나인 기쁨이가 나서서 라일리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죽어있는 쥐의 사체, 낡고 군데군데 부서져 있는 집 상태 등은 아무리 기쁨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때마침 도착하기로 한 가구들도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더러운 바닥에서 자야 할 상황입니다. 기분전환을 위해서 들른 피자집에선 라일리가 싫어하는 브로콜리로 만든 피자만 있을 뿐입니다.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은 결국 늘 밝은 모습이었던 라일리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뿜어내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슬픔이까지 여기에 가세해 라일리를 더욱 슬프게까지 만들어 놓습니다. 라일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기쁨이는 슬픔이가 나서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슬픔이가 라일리를 슬퍼하게 하지 못하도록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구실 삼아 슬픔이를 라일리에게서 떼어놓으려 합니다.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복잡하기만 한 감정 매뉴얼을 한쪽 구석에서 끝까지 읽게 한다든지 슬픔이 주위로 원을 하나 그려놓고 그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도 해봅니다. 여기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을 느끼지 않기 위해 억지로 기쁜 감정만을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라일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복잡한 심경은 도대체 뭘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라일리가 새로운 학교에서 첫인사를 하는 날입니다. 학교에서만이라도 라일리가 성공적으로 적응만 한다면 부정적인 감정들은 라일리에게서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듭니다. 슬픔이를 제외한 라일리의 감정들은 그녀가 첫 소개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미리 계획도 짜두었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라일리는 그녀가 좋아하는 하키 이야기를 꺼내며 처음에는 즐겁게 소개를 시작했지만 금세 하키에 대한 슬픈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때 기쁨이를 비롯한 감정들은 일제히 슬픔이를 쳐다봅니다. 역시 슬픔이가 라일리의 기억을 슬픈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슬픔이를 말릴 틈도 없이 라일리는 소개 시간을 망쳤다는 창피스러움과 원래 살았던 미네소타에 대한 향수병의 영향으로 최초의 파란색 핵심 기억까지 만들어내고 맙니다. 여태 기쁨의 상징인 노란색 핵심 기억들만 있었던 라일리이기에 이 사건은 라일리의 감정들에게 충격을 안겨줍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슬픔이의 행동을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는 걸까요? 

성장하는 아이. 그리고 같이 성장하는 감정. 

   맹목적으로 기쁨만을 추구하는 것만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렇다면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절대 느껴서는 안 될 감정들일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주인공 라일리와 그녀의 감정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감정들은 다 소중합니다. 그게 설령 슬픈 감정이라 해도 그것이 행복으로 가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필수적인 감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누구나 늘 행복할 수도 없고 반대로 늘 슬프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사실은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는데 겁낼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라일리도 결국 그것을 깨닫고 영화 후반부에서 내면적으로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