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몬스터 주식회사
- 개봉: 2001. 12. 20.
- 감독: 피트 닥터 (Pete Docter), 데이비드 실버맨(David Silverman), 리 언크리치(Lee Unkrich)
거기 누구 있어요?
푸른 달빛이 드리운 방 안에서 한 소년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소년은 인기척에 잠시 눈을 뜹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그의 앞에 있는 벽장 속입니다. 그는 바람에 열린 것 같은 벽장 문을 보고 겁을 먹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익숙한 물체들도 무서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벽장 문 사이로 옷 소매가 빠져나와있습니다. 정말 바람결에 그런 것이었을까요? 다시 잠을 청하려는 아이 뒤로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의 침대 밑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뒤로 정체를 드러낸 것은 사람 몸집의 3배쯤 되어 보이는 큰 괴물입니다. 괴물은 아이를 덮치려는 듯 위협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그 순간 괴물을 발견한 아이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괴물은 어딘가가 엉뚱합니다. 오히려 소리를 지르는 아이보다 더 겁에 질려 소리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는 뒷걸음질 치다가 공을 밟고는 공중을 날아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하필이면 그가 떨어진 곳에 아이의 뾰족한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어 괴물은 더욱더 고통스러워합니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는 이 장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괴물들과는 완전 다른 성향의 괴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개그 캐릭터의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괴물 세계의 규칙.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기계음 소리와 함께 시뮬레이션 종료를 알리는 안내 음성이 반복적으로 들립니다. 엉덩이 통증에 방안을 빙글빙글 돌던 괴물은 안내음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어두웠던 방에 환하게 불이 켜집니다. 침대에 누워있던 소년의 정체는 진짜 사람이 아닌 기계인형입니다. 전원 스위치가 꺼지면서 그것은 작동을 멈춥니다. 알고 보니 괴물이 서있던 곳은 어느 세트장입니다. 한쪽 벽면이 열리면서 한 명의 심사위원과 세 명의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를 '바일'이라고 부르는 심사위원은 그가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바일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인지 질문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합니다. 그때 몬스터 주식회사의 '워터누즈' 회장이 나타나 정답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바일이 아이의 방 안에 등장하면서 벽장 문을 제대로 닫고 나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독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이들의 손이 괴물에 몸에 살짝 닿기만 해도 괴물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벽장 안으로 따라 들어오지 못하게 벽장 문은 항상 닫고 다녀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벽장은 괴물 세계로 통하는 입구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언급한 것 처럼 아이들의 벽장의 문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겁에 질린 다른 괴물들은 아이의 방으로 가기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워터누즈 회장은 그래도 인간 세계에 괴물이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최대한 많이 모아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비명소리는 괴물들에게는 에너지원과 같은 것이기에 한순간도 그 양이 모자라서는 안됩니다.
그가 원하는 겁주기 전공 괴물은 늘 자신감 있고 무시무시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는 괴물들을 독려하며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는 특히 '제임스. P. 설리반'을 본받으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슈퍼 스타 '설리반'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장면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한 괴물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그가 바로 회장이 말했던 '설리반'입니다. 외눈박이 괴물 '마이크'가 설리반의 잠을 깨우기 위해 그의 곁에서 대기 중입니다. 결국 마이크의 잔소리에 잠에서 일어나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설리반은 왠지 억울한 기분입니다. 그는 마이크에게 잠을 깨워달란 요청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불만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크는 계속해서 설리반을 단련시킵니다. 그는 설리반에게 각종 운동과 더불어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연습을 시킵니다. 그들은 마치 배우와 매니저 관계처럼 보입니다.
TV에서 몬스터 주식회사 광고가 송출 중입니다. 마이크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자신이 나올 장면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유명인인 설리반의 모습만 잘 나올 뿐 자신의 모습은 회사 로고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설리반은 혹시나 실망했을 마이크의 눈치를 살피지만 그는 전혀 타격이 없어 보입니다.
요즘 인간 아이들은 무서움에 많이 무뎌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신문에서는 늘 에너지 부족 문제를 심각한 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아이들 놀라게 하기 경쟁이 심화되는 중입니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던 설리번과 마이크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그는 바로 설리반의 경쟁 상대 '랜달 복스'입니다. 그는 곧 자신이 1등이 될 것이라며 설리반과 마이크를 자극합니다.
마이크를 포함한 몬스터 주식회사의 보조 요원들은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괴물들의 출동 준비를 마칩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마치 공장 속 구조처럼 아이들의 방으로 가기 위한 문들이 기계에 실려 하나씩 등장합니다. 문들은 간격을 띄워 각자의 자리에 놓입니다. 보조원들은 문을 작동시키 위해 기계의 버튼을 누르고 카드키를 인식시키기까지 합니다. 마치 실제로 잠겨진 문을 열기 위한 과정과도 매우 비슷한 모습입니다. 곧 비장한 모습으로 주요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겁줘야 할 아이가 있는 문 앞에 가서 섭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전광판에는 그들의 아이 놀라게 하기 성적이 순위대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점수를 확인한 괴물들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섭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만큼 아이들을 겁주기는 힘든 것 같아 보이는데요. 과연 설리반은 계속해서 1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중독성 있는 스토리 전개.
애니메이션의 최대 장점은 도무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한 만화의 특성상 뻔한 스토리 전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영화의 설정부터 독특합니다. 덩치는 산만한 괴물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존재가 어린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기존의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은 시도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들은 외모만 사람과 다를 뿐 그들의 생활은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눈만 뜨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생활, 회사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 등을 보다 보면 괴물들에게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발생으로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데요. 사건 수습을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