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도리를 찾아서
- 개봉: 2016. 07. 06.
- 감독: 앤드류 스탠튼 (Andrew Stanton)
제가 또 실수를 했나요? 생각이 나질 않아요.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맑은 바닷물 속 작은 파란 물고기가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자기소개 내용이 조금 특이합니다. '도리' 란 이름을 가진 이 물고기는 자신이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병을 앓고 있는 도리를 잃어버릴 것을 대비해서 자기소개 연습을 시키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도리는 부모님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립니다. 도리는 술래가 되어 숫자를 세다가 별안간 눈에 들어오는 모래를 보고 모래놀이를 시작합니다. 잠시 뒤 도리 앞에 급물살을 타고 노는 또래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도리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부모님과 함께 있던 물풀 속에서 벗어나 급물살이 있는 쪽으로 돌진합니다. 깜짝 놀란 부모님이 도리를 말립니다. 도리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급물살이 보이면 어떻게 행동하라고 일렀는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도리는 천진난만하게 급물살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도리를 쳐다보며 급물살이 보이면 피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도리는 뒤돌아서자마자 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을 또 잊어버리고 맙니다. 도리는 자신이 엄마 아빠마저 잊어버릴까 봐 불안합니다. 다정한 부모님은 그럴 일 없을 거라며 도리를 따뜻한 말로 위로합니다.
떠돌이 미아가 되다.
앳된 목소리가 깊은 바닷속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고 보니 그녀는 바로 '도리'입니다. 길을 잃어버린 그녀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어두운 바닷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물고기 커플이 어린 도리를 발견합니다. 그들은 도리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도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잠시 물고기 커플이 고민하던 사이 도리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도리는 계속해서 다른 물고기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도리를 찾아서>의 도리는 점점 어른 물고기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부모님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갑자기 도리의 머리 위로 흰 배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 배를 물고기 '말린' 이 뒤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이 잡혀간 배를 곧 놓치게 됩니다. 이때 도리가 배가 간 방향을 안다면서 말린과 함께 동행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전작인 <니모를 찾아서>와 연결되게 됩니다.
기억의 조각.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니모의 견학이 있는 날입니다. 가오리 선생님이 니모를 친구들에게 안내하는 사이 말린은 잠시 도리를 부릅니다. 그는 그녀가 오늘만큼은 집에 머물렀으면 합니다. 오늘은 선생님 혼자서 지도해야 할 학생수가 많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도리까지 보살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말린은 그녀를 설득해봅니다. 하지만 도리는 말린의 말 뜻을 잘못 이해합니다. 그녀는 말린이 자신에게 일일 보조 교사를 맡아달란 부탁으로 알아듣고는 곧장 아이들이 모인 곳으로 향합니다.
오늘의 견학 수업 내용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익히는 것입니다. 한 어린 물고기가 도리에게 고향이 어딘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도리는 그녀가 살던 곳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몇 가지 질문이 더 이어진 뒤 도리는 가오리 선생님이 이끄는 어린 물고기들과 함께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이때 가오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급물살을 주의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급물살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도리는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떠오릅니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이 장면에서 도리가 기억의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들리는 물풀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하던 도리는 곧 그 자리에서 기절합니다. 그녀는 깨어나면서 한 단어를 중얼거립니다. 그것은 바로 '캘리포니아 모로 베이의 보석 '입니다. 그 단어는 영화 <도리를 찾아서>의 아주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깨어난 뒤에는 자신이 무엇이라 얘기했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를 기억해 둔 니모가 그녀에게 그것을 알려줍니다. 순간 가족의 얼굴이 떠오른 도리는 그곳이 바로 자신이 살던 고향임을 깨닫습니다. 도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정신없이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말린은 성급하게 길을 떠나려고 하는 그녀를 말립니다. 캘리포니아는 지금 있는 곳과 정 반대인 곳으로 거리가 굉장히 먼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리는 가족을 너무나도 그리워합니다. 그녀는 말린에게 같이 가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녀 혼자서는 금세 모든 것을 잊고 바다를 떠돌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도리를 찾아서>의 이 장면은 걱정 많고 겁 많은 말린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말린은 도리의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데려다 줄 적임자까지 찾아냅니다. 그는 바로 니모를 찾을 때 도움을 주었던 바다거북 '크래쉬'입니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도리를 찾아서>는 크래쉬의 반전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의 수영 스피드는 살이 떨릴만큼 엄청납니다. 크래쉬의 등에 업힌 말린은 바다거북 떼의 엄청난 헤엄 속도 때문에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입니다. 그래도 크래쉬 덕분에 도리 일행은 캘리포니아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게 됩니다. 고향에 돌아왔기 때문일까요? 도리는 주변을 살펴보다가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우선 그들이 도착한 이곳은 바로 어린 그녀가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헤맸던 장소 중 하나였음이 분명합니다. '제니', '찰리'를 찾아다녔던 기억도 곧 떠오릅니다. 그것이 부모님의 이름이었음을 감지한 도리는 그들의 이름을 외치며 무작정 앞으로 전진합니다. 흥분한 그녀를 뒤따르는 말린은 낯선 장소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올까 봐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들을 둘러싼 어두운 바닷속을 보면 곧 그들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과연 <도리를 찾아서>의 도리는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과 무사히 상봉할 수 있을까요?
결말이 미치도록 궁금한 영화.
영화 <도리를 찾아서>의 전작인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묘사가 됐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다릅니다. 단기 기억상실로 가족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은 망각을 하기 때문에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는 평생이 고통의 연속입니다.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흥분하는 도리를 보면 그녀 내면에는 그녀도 몰랐던 깊은 그리움이 늘 내제 해있던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도 있었던 내용을 극적인 모험을 통해 유쾌하게 진행시킵니다. 도리가 기억상실이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도리는 곧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더라도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고기의 특성상 물 밖에서는 아무 힘도 쓸 수 없습니다. 과연 제작사인 픽사는 이 모든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해냈을까요? 귀여운 물고기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영화 <도리를 찾아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