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엔칸토: 마법의 세계
- 개봉: 2021. 11. 24.
- 감독: 바이론 하워드, 자레드 부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 목소리 출연: 스테파니 비트리즈, 윌머 발더라마, 다이앤 게레로, 앤지 세페다, 렌지 펠리즈
새로운 안식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손녀 미라벨을 다정하게 안고 있는 할머니 아부엘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나비 무늬가 새겨진 초는 아부엘라 가족에게 일어난 기적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초의 불꽃이 사라지는 날 기적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놀라운 기적이 시작된 것은 아부엘라가 세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이다.
내전으로 인해 할아버지 페드로와 함께 아부엘라는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나서야 했다. 도망치는 것은 페드로 가족뿐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지내던 마을 사람들 모두 그의 뒤를 따라 새 터전을 찾아 헤맨다. 잠시라도 지체했다가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결국 빠른 속도로 그들을 뒤쫓아오던 적군에게 발각되게 된다. 자신의 가족과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적군에게 맞서던 페드로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절망에 빠진 아부엘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는데 그 순간 평범했던 초에 알 수 없는 힘이 깃든다. 페드로의 사망과 동시에 마법의 불이 붙은 초는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새로운 안식처를 제공한다.
기적의 땅 엔칸토에 엄청난 불빛이 일더니 순식간에 아부엘라 가족이 살 큰 집이 만들어진다. '까시타'라는 이름의 생명이 깃든 집은 심지어 살아 움직이기까지 한다. 아부엘라의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까시타. 그날 이후로 아부엘라는 세 아이들과 함께 이 집에서 지내게 된다.
특별한 능력
마법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부엘라의 세 아이들이 성장하자 초의 기적은 마법의 힘을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나누어 주기 시작한다. 나이가 찬 아이들이 결혼을 해 낳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 후엔 각자 마법의 힘을 부여받는다. 아부엘라 혈통이 부여받은 마법 능력은 모두 제각기 다른 상황. 그들은 다양한 마법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터전을 낙원으로 만든다. 이때부터 아부엘라의 가족은 마을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띄게 된다.
오늘 밤은 아부엘라 가족에게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어린 미라벨이 마법의 능력을 부여받게 되는 날이다. 할머니 아부엘라는 미라벨 또한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집과 마을을 지키는 가족 구성원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어떤 특별한 능력을 받게 될지 기대에 찬 미라벨. 그녀가 마법의 방문을 여는 순간 그녀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게 된다.
얄궂게도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미라벨의 능력을 바로 밝히지 않는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다음 장면에서는 성인이 된 미라벨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 가족들의 마법능력을 하나씩 소개한다.
우선 할머니 아부엘라 마드리갈은 가족들이 엔칸토에 정착할 수 있게 인도하신 분으로 집과 마을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이 투철하신 분이다. 아부엘라의 쌍둥이 딸 중 막내인 페파는 기분에 따라 날씨가 바뀌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페파는 날씨를 컨트롤하기 위해 감정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려 애쓰지만 실패하는 날이면 비구름을 몰고 오기도 한다. 그녀의 첫째 딸인 21살 돌로레스는 어떤 거리에 있는 소리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돌로레스의 초월적인 청력은 이후 미라벨이 마을에 닥칠 위기를 감지하는 데 힌트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미라벨과 15살 동갑인 돌로레스의 남동생 카밀로는 변신의 천재로 타인의 외모를 그대로 복사해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페파의 쌍둥이 언니이자 미라벨의 엄마인 훌리에타는 그녀가 만든 음식으로 남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늘 벌에 쏘여 엉망이 된 몰골로 나타나는 남편을 순식간에 치료하는 것을 보면 그녀 또한 엄청난 능력자임을 알 수 있다. 훌리에타의 첫째 딸 이사벨라는 예쁜 외모에 걸맞은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청난 수의 아름다운 꽃들을 바로 피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벨라는 할머니가 점지해준 마리아노라는 남자와 약혼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미라벨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괴력의 힘을 지닌 미라벨의 둘째 언니 루이사도 빼놓을 수 없다. 루이사는 맨손으로 마을 건물의 위치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집을 가출한 수많은 당나귀들을 어깨에 얹어 찾아오는 것은 그녀에겐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강한 그녀도 마을에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고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이것을 미라벨이 눈치채게 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마지막 인물은 바로 미라벨의 외삼촌인 브루노다. 그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닥칠 불운을 예언하는 것으로 유명해 그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었다. 악의는 아니었으나 그의 예언 능력은 백발백중이었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는 어느 날 집을 떠나 자취를 감추는데 그날 이후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집안에서 금기시된다.
위기의 원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속 미라벨의 능력이 드디어 밝혀진다. 그녀의 능력은 바로 무능력. 미라벨은 마법 의식 계승의 날에 어떤 능력도 부여받지 못한다. 할머니 아부엘라는 집과 마을을 지키는 데 아무 쓸모가 없는 미라벨을 그때부터 차갑게 냉대하기 시작한다. 미라벨은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어떻게든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나서지만 번번이 할머니에게 무시만 당할 뿐이다.
미라벨의 사촌 동생인 안토니오가 능력을 부여받는 날 사건은 일어난다. 안토니오의 능력을 축하하는 파티가 한참인 그때 쓸쓸하게 혼자 소외된 미라벨. 미라벨은 지붕의 기왓장이 떨어지고 집 바닥에 크게 금이 가는 것을 목격한다. 금은 2층 벽을 지나 기적의 초가 있는 창가까지 다다른다. 금방이라도 초의 불이 꺼질 것 같은 위급 상황에 미라벨은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가족들이 집의 상태를 보러 왔을 땐 아무 이상이 없다. 괜히 축제의 흥만 깨뜨리게 된 미라벨은 할머니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가 열등감으로 인해 파티를 망친 것으로 오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미라벨은 우연히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게 되는데 할머니 역시 집과 마을에 닥쳐올 위기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미라벨은 언니들이 그녀에게 준 단서들을 토대로 위기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비밀이 숨겨져 있는 브루노 삼촌의 방으로 몰래 들어간 미라벨. 온통 모래뿐인 그의 방 꼭대기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수많은 계단을 올라 미라벨은 어느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동굴 끝에는 녹색의 석판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다. 몇 개의 석판 조각들을 맞추자 그림이 나타난다. 석판을 모두 맞추면 미래를 예언하는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동굴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허겁지겁 모래를 뒤져 석판을 모두 찾아낸 미라벨은 서둘러 삼촌의 방을 빠져나온다. 가족들 모르게 자신의 방 안에서 석판을 모두 맞춰 본 미라벨은 놀랄 수밖에 없다. 석판의 그림은 놀랍게도 미라벨이 부서진 집 앞에 서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집을 무너뜨리는 건 정말 미라벨인 걸까?
리뷰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보다 보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콜롬비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흥겨운 노래와 축제가 가득한 곳 엔칸토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콜롬비아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대부분이 노래와 춤으로 이루어져 있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사운드트랙만 해도 ''The Family Madrigal'을 포함해 무려 44곡이나 된다. 많은 곡 수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만하지 않은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영상미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안토니오가 동물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얻게 된 장면, 이사벨라가 미라벨과 화해하는 장면에 주목하길 바란다. 역시 디즈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할머니 아부엘라와 그녀에게 멸시당해왔던 미라벨의 화해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로 이 영화를 바라봐선 안된다. 갈등의 해결책으로 화해의 방법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