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이 쓰러지다.
<왕자와 거지>의 배경은 영국이다. 현명하고 인자한 왕이 오랫동안 영국을 다스리고 있었다. 백성들 또한 왕의 통치 아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착한 왕이 병에 들고부터다. 국왕이 쇠약해지자 나라는 온통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그 틈을 틈타 탐욕스럽고 잔인한 경비대장이 자기가 왕인 양 백성들을 겁주고 약탈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왕의 이름으로 말이다. 도적 같은 경비대장과 그의 잔인한 부하들로부터 백성을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어둠 속에 희망은 있었다.
영화 <왕자와 거지>는 눈 덮인 광장을 비춘다. 그곳에서 미키와 그의 친구들이 불쏘시개를 팔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모두 외면하고 각기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그의 곁에서 그의 강아지 플루토가 배가 고프다는 듯 그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역시 배가 고픈 미키. 그때 구피가 얼음 아이스크림이라며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키가 구피에게 다가간다. 침울해하는 구피를 향해 용기의 마을 건네는 미키. 두 사람은 금세 기운을 차리고 장난스러운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꿈은 단 한 가지뿐이다. 그들도 왕처럼 풍족하게 음식을 먹어보는 것. 칠면조, 햄, 감자, 옥수수, 쿠키, 파이 등등 그들은 음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해한다.
성 안으로 들어간 플루토
그때 <왕자와 거지>의 경비대장 피트와 부하들을 가득 실은 마차가 왕궁으로 들어간다. 강아지의 본능이란 어떤 것인가.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보면 무작정 따라가 보는 것이 아닌가. 플루토 역시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마차를 따라 왕궁으로 들어가 버린다. 놀란 미키가 플루토를 뒤쫓지만 한발 늦었다. 왕궁의 성문이 닫힌 뒤였기 때문이다. 성 안에서 누구냐는 물음에 미키는 자신의 강아지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그때 작은 쪽문으로 미키의 모습을 확인한 성지기가 벌벌 떨며 성문을 곧장 연다. 미키를 왕자님이라고 부르는 성지기. 미키는 성지기의 말을 듣지 못하고 곧장 플루토를 찾아 나선다. 이때 피트가 성지기를 짓밟으며 아무나 성에 들여보냈다고 성질을 낸다. 성지기는 왕자님이라서 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왕자는 지금 성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왕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에 지루해하며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선 아이들이 신나게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는 중이다. 자유로운 그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왕자. 그런데 놀랍게도 왕자의 모습은 미키와 똑같이 닮아있다. 이때 창밖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왕자는 기회다 싶어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 상황을 확인한다. 소란을 일으킨 건 다름 아닌 피트. 그는 플루토에게 바짓가랑이를 잡힌 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었다. 왕자가 그가 누구냐고 묻자 보잘것없는 천민이라고 대답하는 피트. 왕자는 이 나라의 백성이라면 누구라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피트에게 화를 낸다. 그리고 그를 당장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고 피트에게 명령한다. 알고 보니 피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이는 바로 플루토를 찾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왔던 미키였다. 그렇게 미키는 난생처음 왕자를 마주하게 되는 데 과연 <왕자와 거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쌍둥이 같은 미키와 왕자
으리으리한 성 안 모습에 모든 것이 신기한 미키. 미키는 긴 복도 끝을 지나고 나서야 왕자를 만나게 된다. 거울을 맞댄 듯 똑같이 생긴 모습에 놀란 건 미키뿐만이 아니라 왕자도 마찬가지였다. 쌍둥이 같은 모습에 금세 친해진 두 사람. <왕자와 거지>에서의 왕자는 자신이 왕자이기 때문에 얼마나 지루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미키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젖은 엉덩이를 화로 앞에서 데우고 있는 미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왕자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자신의 삶을 못 견뎌한다. 그래서 그와는 반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미키의 삶을 동경하기까지 한다. 나란히 거울 앞에 선 두 사람. 왕자는 그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서로 복장을 바꿔 입고 왕자는 미키의 삶을, 미키는 왕자의 삶을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속전속결로 옷을 갈아입는 두 사람. <왕자와 거지>에서의 왕자는 태평하지만 미키는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은 왕자와 외모만 똑같을 뿐 왕자 흉내를 내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왕자는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끼고 있는 황금반지만 보여주면 된다며 미키에게 반지를 건네준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잽싸게 창문 밖으로 기어내려 가는 왕자. 창 밑에서는 피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는 이때부터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왕자는 별일 없다는 듯 그를 지나치려 하지만 그를 미키로 알고 있는 피트가 그를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그가 왕자인 줄 모른 채 피트는 왕자를 집어 들고는 담배 연기를 얼굴에 내뿜는다. 너 때문에 왕자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며 그를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피트. 왕자는 자신이 왕자라며 피트에게 밝히지만 그가 그의 말을 믿을 리가 없다. 피트는 왕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자를 성 밖으로 한 번에 내던져 버린다. 성 밖에서는 플루토가 날아오는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왕자에게서 미키의 냄새가 나지 않자 플루토는 그에게 뒷발질로 눈을 덮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유를 얻어 기쁜 왕자는 잠시 행복감에 도취된다. 앞으로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