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개봉: 2017. 09. 21.
- 감독: 김현석.
- 출연: 나문희, 이제훈 등.
오늘도 또 오셨어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 옥분(나문희)은 오늘도 어김없이 명진 구청으로 찾아와 민원을 접수합니다. 구청 공무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그녀를 부담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구청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했음에도 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아 오늘도 구청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입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민재(이제훈)는 이제 막 명진 구청으로 발령받은 9급 공무원입니다. 그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할 줄도 알고 일도 깔끔하게 처리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옥분의 소동에 다른 공무원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민재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민원 제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둡니다. 민원 제기 과정은 모두 자료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무미건조한 말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순간 옥분과 공무원들은 그의 행동에 할 말을 잃기도 합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옥분에게 그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녀가 매일같이 구청을 찾을 수밖에 없던 사정.
사실 그녀가 구청에 강력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는 그녀가 일하고 있는 상가의 재개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재개발이 추진된다면 그녀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상인들 또한 모두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책임감을 가지고 상인 대표로 나서서 재개발을 막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명진 구청에서는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여태껏 옥분의 민원을 무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구청에서도 어떤 명분도 없이 재개발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청은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지금껏 찾고 있었는데 구청의 이런 속내를 모르고 있던 민재가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는 일단 구청이 형식적으로 재개발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합니다. 그리고 건설 회사가 재개발의 합법성을 들어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끔 만든 뒤 구청은 소송에 일부러 패소하기만 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 장면을 통해 옥분과 민재의 사이가 앞으로 틀어지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내게 영어를 가르쳐 주세요.
젊은 구청 직원들과 매일같이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거침없던 그녀였지만 왠지 누군가에게 거는 전화 한 통에는 망설임이 가득합니다. 영어로 전화를 받는 상대에게 그녀는 결국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전화를 또 끊어버립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 장면에서 왠지 그녀에게는 말 못 할 사연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옥분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학원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학원에서 그녀가 그들을 배움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결국 학원에서도 쫓겨난 그녀는 우연히 원어민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민재를 발견합니다. 민재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확인한 그녀는 영어를 가르쳐 달라며 그에게 부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을 민재는 단호히 거절합니다. 하지만 옥분이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그녀는 매일같이 또 구청을 찾아가 영어를 가르쳐 달라며 민재를 계속해서 따라다닙니다. 이때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틀어 민재가 제일 난감해하는 순간입니다. 결국 민재는 그녀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가 준비한 영어단어들을 그녀가 하루 만에 다 외워서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점수가 80점을 넘으면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민재가 제시한 단어들은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터무니없이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과연 그녀는 민재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요?
그녀가 영어 배우는 것에 필사적이었던 이유.
어느 날, 옥분은 치매에 걸린 그녀의 친구 정심의 병문안을 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정심이었기에 옥분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여기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숨겨져 있던 중요한 사실을 밝힙니다. 사실 그녀와 옥분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들입니다. 정심은 치매를 앓기 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에게 당했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치매로 인해 일본에게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그녀의 마지막 희망도 허무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옥분은 그 자리에서 분함과 안타까움에 오열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결심합니다. 여태껏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 때문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친구 대신 그녀가 밝히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곧 워싱턴 D.C 에서 영어 연설문을 발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옥분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이유였습니다.
일본 위안군 문제를 고발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설을 통해 미국 하원이 위안부 문제를 개인 매춘이 아닌 강제적인 인권 유린으로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인권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지금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활동 중입니다. 독도 문제보다 위안부 문제가 그들에게 더 치명타라고 생각하고 있는 일본이기에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이용수 할머니의 신변 안전 확보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위안군 피해자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과거 정부는 일본과 10억 엔 위안부 합의를 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대가로 더 이상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 정부가 10억 엔 합의를 파기하는 것으로 문제는 마무리가 됐지만 얼마나 개인의 아픔에 국가가 무지한 지를 잘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