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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 이름을 잃어버려선 안돼.

  • 제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개봉: 2002. 06. 28
  • 재개봉: 2015. 02. 05.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낯선 터널 속으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은 주인공인 치히로의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왠지 시골로의 이사가 탐탁지 않아 보이는 치히로와 달리 그녀의 부모님은 처음 와보는 시골길을 운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 그들은 길을 잃고 낯선 숲길을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해 보이는 터널 앞입니다. 치히로는 음산한 터널의 분위기에 겁을 먹고 망설이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이곳에 흥미를 느끼고 터널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결국 부모님을 따라 긴 터널 안으로 들어가게 된 치히로는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넓은 초원이 펼쳐진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 장면에서 평화롭지만 어딘가 스산한 느낌의 초원을 묘사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그때 긴 운전으로 피곤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어디선가 음식 냄새를 맡게 됩니다. 냄새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는 아버지를 쫓아 치히로가 도착한 곳은 다양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는 어느 음식점 앞입니다. 그런데 갓 만들어진 듯 한 음식만 있었을 뿐 음식점 주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치히로의 부모님은 우선 음식부터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치히로에게도 음식을 권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음식부터 먹고 있는 부모님을 말립니다. 그러나 치히로의 만류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치웠고 이것이 못마땅했던 치히로는 그들이 음식을 먹을 동안 다른 곳을 돌아다녀보기로 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건물들이 즐비한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치히로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의아해합니다. 그러다 그녀는 어느 여관 앞을 지나가게 됩니다. 잠시 여관 밖을 살펴보던 치히로는 그곳에서 처음 보는 소년인 하쿠 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치히로를 보자마자 큰일이라도 난 듯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라는 말을 합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그녀는 잠시 당황하지만 그의 말에 따라 우선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예로 치히로가 다급하게 찾았던 부모님은 어느새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돼지로 변해있습니다. 부모님이 거대한 돼지로 변해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란 치히로는 그 길로 터널 밖으로 도망치려 해 보지만 터널 입구는 이미 강으로 변해버린 뒤였습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선 이때부터 이상한 존재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자신의 몸이 투명해지는 것을 발견한 치히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립니다. 그런 그녀의 뒤로 하쿠가 나타나 그녀를 돕습니다. 그는 일단 그녀의 몸이 사라져 가는 문제를 그 세계의 음식을 먹임으로써 해결합니다. 그리고 그는 치히로와 처음 만났던 여관으로 그녀와 함께 몰래 잠입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일단 온천장의 주인인 유바바를 만나 일자리를 얻어야 안전하다고 알리며 그래야지만 이후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온천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  

 하쿠의 조언대로 치히로는 유바바를 만나 온천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치히로란 이름 대신 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센은 일본말로 숫자 1000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장면에서 치히로는 이곳에서 일하는 천 명의 종업원 중 하나일 뿐인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의 센과 치히로는 결국 같은 인물이라는 것도 밝혀집니다. 그만큼 이름이 영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날만 기다리며 치히로는 온천장에서 열심히 일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이 일반적인 온천장이 아닌 신들이 목욕을 하며 쉬다가는 곳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온천장으로 오물을 잔뜩 뒤집어쓴 신이 찾아오게 됩니다. 치히로는 열심히 그의 몸에서 오물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그녀는 그의 몸에 깊게 박혀있던 고철을 발견합니다. 그녀가 그것을 뽑아내자 그의 몸안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감독은 이 장면에서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치히로 덕분에 개운하게 목욕 후 원래의 모습까지 되찾은 신은 그녀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사라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숨은 의도.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전작 영화들을 살펴보면 쉽게 환경 보호에 관한 그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치히로에게 목욕을 맡겼던 신을 통해 환경 보전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물로 엉망인 몸을 이끌고 치히로에게 목욕을 맡겼던 신은 사실 강의 신입니다. 감독은 사람들이 버린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로 심각하게 오염된 강을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신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보다는 다음 세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감독은 어린 소녀인 치히로에게 신의 목욕을 맡김으로써 그녀가 다시 강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