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살인의 추억
- 개봉: 2003. 04. 25.
- 감독: 봉준호
- 출연: 송강호, 김상경 등
부끄러웠던 대한민국의 과거를 반성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모습처럼 과거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은 경악할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졌었습니다. 그 당시엔 범죄 예방을 위한 CCTV라는 개념도 없었고 과학 수사의 수준도 한참 떨어졌던 때라 단지 경찰들의 직관으로만 수사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 현장에서 경찰들이 오히려 현장을 헤집고 다니다가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그 당시 부패한 경찰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의 경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기보다는 권력자가 내린 지시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감금, 고문해서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며 다음 범죄를 실행할 수 있었고 억울한 피해자만 늘어나는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영화 속처럼 연쇄 살인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이 배경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영화 <살인의 추억> 속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사기관의 전문성이 향상됐고 치안도 세계적 수준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좋아져 과거 빈번하게 일어났던 연쇄살인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실제로 영화 속 진범이 30년 만에 검거되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것 같던 사건도 언젠간 꼭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형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주인공.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인 박두만(송강호)은 부끄러울 정도로 능력 없고 불성실한 형사입니다. 그는 처음 희생자가 발견됐을 때도 형식적으로 대강 사건 현장을 살펴본 뒤 단지 직감만으로 용의자를 가려내 조사합니다. 게다가 그는 어이없게도 타자기를 사용할 줄 도 몰라서 용의자가 직접 조서를 작성해주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박두만의 이런 모습은 1980년대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사기관이 무능력할뿐더러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박두만의 이런 수사방식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범인을 잡을 수 없었고 곧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되게 됩니다.
혹시나 당신이 두 번째 희생자 발생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 박두만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면 실망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박두만은 첫 번째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엉터리 현장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박두만의 사건 현장 관리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는 사건의 제보자를 현장으로 데려오지도 않았고 현장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단서가 될 수 있는 발자국은 지나가던 경운기에 의해 훼손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시신을 옆에 두고 그와 그의 상사는 사건과 관련 없는 이야기만 나누며 시간을 지체하는 등 분노를 자아내는 행태까지 보입니다.
서울에서 온 형사.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영화 <살인의 추억>에 한줄기 빛이 내려옵니다.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수사하기 위해 서태윤(김상경) 형사가 서울에서 자원해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약간의 오해로 인해 박두만과 서태윤의 첫 만남은 주먹다짐으로 시작됐지만 그의 등장으로 인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아 보입니다.
이 와중에 박두만은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던 백광호를 붙잡아 감금, 폭행하며 거짓 자백을 하도록 협박까지 합니다. 그러나 서태윤은 백광호가 절대 범인일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그의 결백을 증명했고 이 일로 인해 박두만의 심기를 건드리게 됩니다. 체계적이고 근거 있는 수사 방식을 가진 서태윤이 박두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워 보이긴 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너무나 상반된 수사 방식으로 인해 다투는 일이 잦았고 결국 각자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범인의 실마리.
영화 <살인의 추억> 속에서 희생자는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박두만도 점점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면서 수사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서태윤의 수사방식도 인정하며 그에게 협조적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들은 범인의 단서들을 모아봅니다. 먼저 범인은 비가 오는 날마다 특정 노래를 라디오에 신청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합니다. 또한 범인의 손은 잔인한 살해를 벌인 사람 치고는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박두만과 서태윤은 이 단서들에 모두 부합하는 한 사람인 박현규를 붙잡아 추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완강하게 범행을 부인합니다. 오히려 여태껏 있었던 강압적인 수사방식에 대해 그들을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박현규가 범인이라는 확신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그를 풀어줄 수밖에 없는 박두만과 서태윤은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들은 백광호가 진술했던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그들은 백광호는 진범이 아니라 그 살해 현장의 목격자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드디어 범인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는데요. 과연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두 형사는 순조롭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