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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베어( Brother Bear, 2003) - 갑자기 곰이 되어버린 남자의 여정.

  • 제목: 브라더 베어
  • 개봉: 2004. 01. 16. 
  • 감독: 애론 블레이즈 (Aaron Blaise), 로버트 워커 (Robert Walker)

 신비로운 자연. 

 영화 <브라더 베어>는 선사시대쯤으로 추측되는 동굴 속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동굴 속 벽화를 가리키며 사람들을 상대로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는 곳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하늘 위엔 아름다운 오로라가 일렁입니다. 형형색색의 빛을 본 부락의 주술사는 그 빛들은 조상들의 영혼일 뿐 아니라 세상을 바꿀 힘까지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작은 생명체들은 성체로 성장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모든 것은 항상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내레이션 속 남성의 목소리는 자신이 경험한 가장 위대한 변화는 자신의 동생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동생이 간절히 바랐던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술사가 돌 하나를 집어 듭니다. 곧 그 돌은 푸른빛으로 감싸 지기 시작합니다. 돌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요? 영화 <브라더 베어>의 장면은 설원을 뛰어다니는 남자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우애 깊은 세 형제. 

 털 옷을 입은 남자는 멀리서 엎드리라는 소리와 함께 신나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곧 그의 뒤로 엄청난 수의 순록이 그를 뒤쫓아 옵니다. 그와 일행들은 간신히 몸을 숨깁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순록 떼는 그들을 뛰어넘어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갑니다. 사라지는 순록 떼를 바라보며 서로 부둥켜안고 장난을 치는 이 세 남자는 형제 지간입니다. 영화 <브라더 베어>의 주인공인 막내 '키나이'의 성인식을 맞아 둘째 형 '데나히'는 키나이를 어린애 취급하며 놀리는 중입니다. 맏형인 '싯카'가 그들을 말리느라 고생 중입니다. 그래도 그들의 우애는 마을에서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로 깊습니다. 

주인공의 성인식. 

 마을로 돌아온 키나이는 주술사 '타나나'가 마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과 함께 그녀에게 달려갑니다. 흰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내린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성인식에 관련한 풍습을 들려줍니다. 그 풍습은 영화 <브라더 베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기가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때 정령들은 그들의 삶을 이끌어 줄 징표를 하나씩 점지해준다고 합니다. 정령들은 누군가에게는 용기의 징표를, 누군가에게는 인내심의 징표를 내려줍니다. 누가 어떤 성격의 징표를 받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타나나는 기대에 차있는 키나이를 부릅니다. 키나이는 큰 형이 받았던 지도자의 상징인 독수리 토템이나 둘째 형이 받았던 지혜의 상징인 늑대 토템 같은 것들을 받고 싶어 합니다. 타나나는 성인식 의식의 일환으로  빨간색 염료를 키나이의 얼굴에 찍어 바릅니다. 타나나는 대지와 빛이 맞닿은 산에서 정령들로부터 얻은 토템을 꺼내 건네줍니다.

 

 영화 <브라더 베어>에서 앞으로 키나이의 인생을 이끌어나갈 그 토템의 의미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징표의 의미를 들은 키나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필 토템의 모양조차 남성다움과는 거리가 먼 귀여운 곰의 모습입니다. 키나이의 의식을 지켜보던 둘째 형 데나히는 킥킥 거리며 비웃기 시작합니다.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타나나는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며 사랑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타나나는 사랑은 뜻밖의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키나이가 사랑에 맞게끔 행동을 해야 그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성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합니다.  

도둑 곰을 잡아라. 

 영화 <브라더 베어>는 성인식이 끝난 뒤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왠일인지 둘째 형 데나히가 키나이의 징표가 멋있다며 칭찬을 합니다. 잠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키나이에게 데나히가 축하 선물을 건넵니다. 그것은 바로 꽃으로 만든 화관이었습니다. 그는 동생에게 화관을 씌우고 여성스럽게 행동할 것을 주문하며 키나이를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믿음직스러운 큰 형 싯카가 키나이를 위로합니다. 토템의 성격이 꼭 그 사람의 성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예로 둘째 데나히는 지혜의 토템을 받긴 했지만 그는 지혜로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행동만 일삼습니다. 키나이는 곧 큰 형의 말에 납득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곰이 어떻게 사랑의 의미가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며 마을 입구로 걸어 나오고 있을 때 누군가가 식량을 훔쳐 달아난 흔적이 발견됩니다. 땅에 새겨진 발자국 자국으로 보아 그것은 곰이 틀림없었습니다. 키나이는 자신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혼자서 발자국을 따라 곰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 <브라더 베어>는 이 때를 기점으로 즐거웠던 영화 초반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키나이는 곧 음식이 담겨 있던 바구니를 발견하지만 이미 곰이 식사를 마친 후였습니다. 키나이의 시야에 곰 한 마리가 포착됩니다. 키나이는 곰에게 돌을 던지며 곰을 자극합니다. 화가 난 곰은 포효를 하며 키나이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동생이 걱정된 두 형들은 키나이를 찾아 나섭니다. 어디선가 키나이의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비명소리를 따라가자 곰에게 쫓겨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키나이가 보입니다. 형들은 서둘러 절벽 위로 올라가 곰을 유인합니다. 큰 형과 둘째 형은 협동 작전으로 곰을 그들에게로 유인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 사이 키나이는 무사히 절벽 위로 올라옵니다. 그 순간 곰은 키나이와 둘째 형에게 달려갑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큰 형은 얼음 틈새에 창을 내리꽂아 얼음 절벽을 무너뜨립니다. 형과 곰은 순식간에 강이 보이는 낭떠러지 아래로 함께 떨어집니다. 곰은 곧 강을 헤엄쳐 땅 위로 올라왔지만 큰 형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 <브라더 베어>는 형의 사망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형을 찾는데 실패하고 물 위에 떠있던 형의 옷가지와 토템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온 형제는 타나나와 함께 제사 의식을 치릅니다. 그의 유품들은 불에 타올라 하늘로 모두 사라집니다. 키나이는 형의 복수를 위해 곰사냥을 위한 무기들을 제조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곰의 목숨을 뺏기로 한 그의 결정은 옳은 것일까요? 

실패가 없는 동물 영화. 

 지금의 곰은 귀여움의 대명사이지만 옛날엔 분명 곰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곰과 사랑을 연결시키기 어려워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곰은 사람들의 음식을 훔쳐 먹는 성가신 존재이기도 했기 때문에 곰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곰이 아끼던 가족을 살해했으니 주인공에게는 더 이상 사랑이란 것을 생각해 볼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복수만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었을까요? 

 영화 <브라더 베어>는 주인공을 곰으로 변신시키는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곰의 입장이 되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는 영화 중반쯤 등장하는 아기 곰 '코다'를 통해 주인공이 서서히 그 의미를 깨달아가기도 합니다. 코다와의 동행으로 무엇인가를 완벽히 깨달은 키나이는 영화 막바지에 놀라운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저절로 경외감이 드는 대자연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브라더 베어>. 한 번쯤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