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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Marley & Me, 2008)

  • 제목: 말리와나
  • 개봉: 2009. 02. 19.
  • 감독: 데이빗 프랭클
  • 출연: 오웬 윌슨 (존 그로갠 역), 재니퍼 애니스톤 (제니 그로갠 역). 애릭 데윈 (세바스찬 역) 등. 

 

행복한 커플의 등장

영화 <말리와 나>는 행복한 커플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제니는 존이 취직 면접을 보는 대형 신문사 앞까지 그를 차로 바래다주는 길이다. 사랑스러운 제니는 존이 파이팅할 수 있도록 한껏 응원을 해준다. 제니의 기운을 받은 존은 회사 안으로 비장하게 걸어 들어간다. <말리와 나>는 취업 면접이 이뤄지는 장면으로 바뀐다. 한국의 압박 면접 방식이 미국에서 왔던 것일까? 면접관은 존이 불쾌할 만한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는 존의 수상 경력을 깔보기도 하고 대형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제니와 비교하며 존을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기세에 눌리면 취직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노련한 존은 그의 도발적인 발언에 울컥하지 않고 매끄럽게 대답을 이어나간다.

 

제니는 회사 밖에 차를 대고 존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취직에 성공한 존은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에 취업에 실패한 척 그녀 앞에서 연기를 한다. 그의 말이 사실인 줄 알고 그를 위로하던 제니는 곧 존의 거짓말을 눈치채고는 그의 취업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한다. 신문사 기자로서의 첫 임무로 존은 사막의 폭풍 관련 기사를 맡았다. 그러나 그가 공들여 쓴 기사는 이후 거의 편집되어 발행된다. 심지어 작성자 존의 이름 스펠링까지 틀리게 표기되었다. 그에 반해 제니가 작성한 기사는 신문의 한쪽 면을 전부 장식할 정도로 실려있었다. 두 사람의 인지도와 능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순간이다. 이렇게 민망한 상황이 또 있을까 싶다. 제니는 애써 존의 기사를 완성도 높다며 칭찬해보지만 이미 어색해진 분위기는 어쩔 수가 없다. 

 

강아지 입양

직장으로 출근한 존에게 친구가 충고 하나를 한다. 나중에 존에게 아기가 생기면 육아에 신경 쓰느라 존의 경력은 거기서 끝나게 될 것이란 것. 그는 존에게 일단 앵무새나 강아지를 키워볼 것을 권한다. 그때 편집장이 존의 친구에게 출장 허가를 내린다. 그의 이번 임무는 콜롬비아로 가서 마약왕 파블로의 인터뷰를 따오는 것. 그와 더불어 정글에서부터 마이애미까지 마약 경로도 추적할 예정이다. 취재에만 성공한다면 그의 기사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에 비해 존에게 맡겨진 일은 쓰레기 소각장의 화재사건을 취재해 오는 것이었다. 친구가 잡은 건수에 비해 굉장히 보잘것없는 이슈에 존은 친구의 경력 단절 경고를 떠올리며 개를 키워보기로 마음먹는다. 

 

핑계야 만들면 그만이다. 존은 제니의 생일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그녀의 깜짝 생일 선물을 핑계로 그녀에게 강아지를 선물할 생각이다. 강아지를 입양할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 존은 제니의 눈을 가리고 강아지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함께 걸어 들어간다. 그때까지 선물이 무엇인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제니는 눈앞에 있는 귀여운 레트리버 새끼들을 확인하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귀여운 털 뭉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람 마음을 녹인다. 그런데 이 중에서 한 마리만 선택해야 한다니. 그래도 제니는 결국 그중 한 마리를 택하게 된다. <말리와 나>의 마지막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내 이름은 말리, 사고뭉치죠. 

강아지를 막 입양했지만 아쉽게도 제니는 탈세 재판 기사를 쓰기 위해 출장을 가야 한다. 당분간 존 혼자서 강아지 케어를 맡아야 하는 상황. 한 번도 개를 키워보지 않은 존은 강아지 돌보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저러다 큰코다칠 텐데'란 생각이 들 때쯤 제니는 공항으로 떠나고 존과 강아지 둘만 집으로 돌아온다. 강아지의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던 존은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밥 말리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는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존은 강아지에게 말리라고 불러본다. 다른 이름에는 반응 없던 강아지가 말리라는 이름에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존에게 뛰어든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존은 그때부터 강아지를 말리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집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존의 차. 그의 이웃집에 경찰들과 구경꾼들이 모여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지난밤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존의 앞날을 암시하는 사건인 걸까? 하지만 존은 그다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귀염둥이 말리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사고를 친다. 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도 사료포대를 쓰러뜨려 사료를 거의 흡입하는 수준으로 먹어댔던 것. 이젠 아예 바닥에 퍼질러 누워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존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게,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존의 수난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날 밤 차고에서 혼자 잠을 자야 했던 말리가 밤새 낑낑거린다. 분리불안을 느낀 것일까. 곧 그칠 것 같던 말리의 울음은 몇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 말리의 울부짖음에 잠을 잘 수 없었던 존은 결국 말리를 침대로 데리고 와 함께 잠을 자야 했다. 다음날 아침, 말리가 핥아대는 바람에 얼굴이 온통 침범벅이 된 존. 덕분에 잠이 깨긴 했는데 방 꼴이 가관이다. 말리가 가구들을 모두 물어뜯어 난장판을 만들어 놨던 것이다. 잠시 존이 외출한 사이에는 차고를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 말리가 좀 더 성장한 뒤에는 사고 치는 수준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다. 훈련소에서도 퇴학당할 정도니 말리의 장난 수준은 당신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은 존과 제니 모두 말리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존은 심지어 말리를 농장으로 보내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존의 무책임함에 슬슬 열이 받을 때쯤 말리가 또 사고를 친다. 이번엔 말리가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한다. 저것만큼은 막아야 할 텐데!

 

리뷰

얼굴만 봐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 바로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말리의 첫 등장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강아지가 귀엽다고 무작정 집으로 들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는가. <말리와 나>가 바로 그 예시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조그만 체구의 강아지가 말썽 부려봤자지' 란 존의 생각은 집에 들어오고 5분 만에 바뀐다. 말리는 대형견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사고의 종류를 종합세트 격으로 보여준다. 몰상식한 사람이라면 벌써 개를 포기했을 텐데 다행히도 주인공 존은 말리가 사고 치는 것을 다 받아주긴 한다. 다만 말리를 훈련시킬 의지가 부족한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엄격한 애견 훈련사에게 존이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귀여운 말리는 또 말썽을 부리겠지만 말이다. 강아지를 좋아하거나 혹은 키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말리와 나>를 감상해보시길. 말리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강아지 양육 현실까지 덤으로 배워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