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루카
- 개봉: 2021. 06. 17.
-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바닷속 전설
어두운 밤바다 낚시를 하러 나온 두 사람. 일행 중 젊은 사람은 바닷속 전설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이 있는 섬 근처 낚시 포인트에서 이상한 것을 봤다는 목격담은 그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는다. 하지 말라는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사람은 꼭 있는 법. 두려움에 떠는 그에게 일행 중 한 명은 고기가 많이 몰리는 곳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헛소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때 여유 있게 축음기에 음악까지 틀어놓고 낚시를 준비하던 그의 발 밑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지나간다. 그것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배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훔쳐가기 시작한다. 그물을 걷고 있던 젊은 남자가 그것의 정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것은 빠르게 도망친다. 하지만 그것은 그물에 걸려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는데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그물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그물은 곧 끊어지고 검은 물체는 그들 위로 뛰어올라 바닷속으로 멀리 사라진다.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말하는 그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루카의 등장
깊은 바닷속 화면이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아가미와 긴 꼬리를 달고 있는 것 이외에는 어린 소년의 모습과 같다. 인어의 한 종류인 걸까? 그는 달아난 물고기들을 발견하고는 큰일이 난 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람들이 양을 치듯 이 아이도 물고기들을 기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의 이름은 루카. 달아난 물고기들을 한데 모으지 못하면 엄마에게 혼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급하게 물고기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한 루카. 간신히 물고기들을 모두 모은 루카는 그것들을 데리고 해초가 우거진 곳으로 향한다. 양 떼처럼 풀을 뜯기 시작하는 물고기들을 지켜보는 것이 루카의 일과 중 하나. 지루해하던 루카의 눈에 낯선 시계 하나가 발견된다. 시계 주변에는 배 위에서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그때 루카의 머리 위로 배 한 척이 지나간다.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인간들을 피해 어두운 곳으로 물고기들과 대피한 루카는 잠시 상상에 빠진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배 위의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보려던 그 순간 그의 엄마가 루카를 부른다.
물 밖으로 나오다.
가족들과 식사자리에서 할머니는 자신이 육지로 올라가 사람들과 카드게임을 했던 이야기를 해준다. 루카도 이제 클 만큼 컸다며 알 건 알아야 한다는 할머니와 달리 엄마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이다. 절대 육지 위의 상황을 궁금해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엄마를 뒤로하고 루카는 아까 사람들의 물건이 발견된 곳으로 향한다. 물건들 중 하나인 전축을 신기한 듯 구경하던 루카 뒤로 잠수부 하나가 접근한다. 사람인 줄 알고 겁을 먹은 루카에게 잠수부는 정체를 드러낸다. 알고 보니 그는 루카와 같은 종족. 루카와 달리 그는 사람들의 물건을 익숙하게 다룬다. 근처에 흩어져있던 물건들도 모두 그의 것. 물건을 챙겨 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뒤를 루카가 뒤쫓는다. 갑자기 물 위로 올라가버린 그는 루카를 육지 위로 끌어올린다. 물 밖으로 나가면 죽는 줄 알고 버둥대는 루카를 그는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루카가 눈을 뜨니 자신과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이 종족은 물 밖으로 나오면 인간으로 변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루카는 착한 아이는 물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며 처음엔 바닷속으로 다시 도망치지만 다음날 다시 밖으로 나온다.
어제 만났던 같은 종족인 알베르토가 그에게 걷는 법을 가르쳐준다. 금방 걸음마를 뗀 루카와 알베르토는 친구가 되고 알베르토는 루카에게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태양, 공기, 중력 등등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물건들이다. 자신의 집이라고 알베르토가 소개한 곳에는 사람들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루카는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에 시선을 뺏기는 데 그것은 바로 베스파 광고였다. 알베르토는 베스파는 사람들이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그것을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집 안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조립해 베스파 비슷하게 만들어보는 두 사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루카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 이후로 루카는 알베르토와 함께 지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결국 엄마에게 들켜 루카는 심해어인 큰 아빠를 따라 바다 밑바닥에서 지내야 할 처지에 처한다. 난생처음 엄마에게 반항심이 생긴 루카는 집 밖으로 나와 알베르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포르토로소 컵 경기
알베르토는 어른들이 루카를 쫓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찾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루카를 데리고 마을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짜 베스파를 타고 나타난 에콜레 무리를 발견한다. 루카가 공을 차다가 베스파를 넘어뜨릴 뻔한 것을 계기로 그들 무리와 알베르토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대화에서 알베르토와 루카는 고급 정보를 얻는다. 포르토로소 컵 경기에서 우승하면 베스파를 구매할 수 있는 상금을 탈 수 있단 사실이었다.
자신의 베스파를 망가뜨릴 뻔한 이방인들에게 본때를 보이려는 에콜레는 루카를 마을 안 분수대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빨간 머리의 줄리아가 그를 구해준다. 그때 마을 경관들이 바다 괴물 현상금 포스터를 벽에 붙이기 시작한다. 포르토로소 컵 경기에서 거만한 에콜레를 무찌르고 상금도 타야 하고 경찰들의 눈도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 알베르토와 루카는 줄리아로부터 포르토로소 컵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이탈리아식 철인 3종 경기로 수영, 사이클, 파스타 먹기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개인전도 아닌 팀 대항전이다. 노련한 말발로 알베르토는 줄리아를 끌어들여 팀을 이루고 그날부터 우승을 위한 그들의 훈련이 시작된다.
리뷰
주인공들에게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착한 아이라는 굴레를 벗을지 고민하는 루카. 지독한 외로움을 감추고 강한 척할 수밖에 없는 알베르토. 얄미운 에콜레를 이기고 싶지만 아싸인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줄리아. 세상은 그들이 내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은 그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함은 물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까지 해결해야만 한다. 말 그대로 산너머 산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다 포기하고 원래 살던 익숙한 방식대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픽사가 그런 맥 빠지는 결론을 낼 리 없지 않은가. 결국 주인공들은 기특하게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서로 화해하는 과정에까지 다다른다. 내가 변해야 남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주인공들이 변하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180도로 바뀐다. 영화 루카는 주인공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가 아닐까 싶다. 역시 심리 묘사에 강한 픽사는 우리의 기대를 이번에도 져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