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닥터 스트레인지
- 개봉: 2016. 10. 26.
- 감독: 스콧 데릭슨
- 출연: 베네딕트 컴버 베치 (닥터 스트레인지 역), 레이첼 맥아담스 (크리스틴 팔머 역), 틸다 스윌튼(에이션트 원 역) 등.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 닥터 스트레인지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롭게 수술을 하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 베치)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인 그는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다. 그는 고급 장비의 도움 없이도 총상을 입고 뇌사판정을 받은 환자를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동료들을 대놓고 무시한다는 점이 그의 단점이긴 하지만 그에게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성공한 유명 인사답게 닥터 스트레인지가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이 다 최고급 명품들이다. 말 그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에게 두려울 것이란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날 있을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도로 위를 빠르게 주행하던 중이었다. 운전 중에도 스트레인지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고받는다. 그런데 그는 어려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만 맡고 싶어 한다. 경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환자들만 골라서 수술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의사 윤리에 반하면서까지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성공에만 집착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 발생
운전 중에는 한눈을 팔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스트레인지에게도 이 규칙은 예외가 아니었다. 전송받은 환자의 엑스레이를 곁눈질로 쳐다보던 그는 곧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긴 했지만 곧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이 길어져 버린 바람에 손의 신경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손가락 인대는 모두 끊어졌고 철심도 수십 개가 박혀 있는 상태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스트레인지는 손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몇 번의 재수술과 재활 훈련에도 그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명한 의사들은 수술 실패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인지의 수술 요청을 모두 거절한다.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회복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수술을 위해 모든 재산을 다 탕진해버렸을 정도다.
모두가 스트레인지에게 등 돌린 최악의 상황에도 팔머(레이첼 맥아담스)는 끝까지 그의 곁에 남는다. 하지만 그의 온갖 짜증과 정신병적인 집착을 다 받아주는 것은 팔머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팔머는 스트레인지에게 불가능한 일은 이제 포기하고 의사가 아닌 삶에 적응하라고 조언하지만 그에게 그녀의 말이 먹힐 리가 없다. 평생을 잘 나가는 의사로 승승장구해왔는데 그것을 포기하라니 스트레인지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스트레인지는 절망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의 민낯을 팔머에게 보여준다. 그는 팔머에게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며 친구도 애인 관계도 아닌 그녀가 왜 자신 곁에 남아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소리친다. 팔머가 실패자로 추락한 자신을 남들처럼 비웃고 있다고 생각한 스트레인지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지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마르 타지
스트레인지는 척수가 완전히 손상됐음에도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한 팽본이란 사람의 기록을 보고 그를 찾아간다. 온몸을 움직일 수 없어야 할 사람이 정상적으로 농구를 즐기고 있다. 스트레인지는 팽본에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지를 묻지만 그에게 문전박대당한 경험이 있었던 그는 스트레인지를 무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스트레인지의 상태를 본 팽본은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그에게 자신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던 방법을 알려준다. 불구가 된 몸은 포기하고 정신수양을 하기 위해 찾아갔던 곳에서 팽본은 최고의 스승을 만났다고 한다. 카마르 타지로 가라고 일러준 그는 대신 그 대가가 비쌀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의 비용이 들었냐는 스트레인지의 질문에 팽본은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시가 급했던 스트레인지는 그 길로 바로 네팔의 카트만두로 떠난다.
자신의 전재산인 시계를 불량배들에게 뺏길 뻔한 위기에서 누군가가 스트레인지를 구해준다. 스트레인지가 카마르 타지를 찾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스트레인지를 자신의 스승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스트레인지가 무례하고 뻔뻔한 성질의 사람인 것까지 알고 있던 의문의 남자는 카마르 타지에 들어서는 순간 그가 알고 있던 지식은 모두 잊으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이 있다. 스트레인지는 팽본이 만났던 스승인 에이션트 원(틸다 스윌튼)을 만나고도 그녀를 사기꾼 취급하며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전부인 양 큰소리를 친다. 결국 에이션트 원에게 영혼이 분리되는 참 교육을 당하고 나서야 스트레인지는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에이션트 원은 고집스럽고 오만한 스트레인지를 바로 문밖으로 내쫓아 버린다.
리뷰
정신 교육만큼 사람에게 중요한 것도 없는데 에이션트 원이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오만방자함을 보면 그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악당에 가깝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주인공에게서 인간적인 묘미가 느껴진다. 세상에는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이 없기 때문일까? 그저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어 가는 그의 모습이 흐뭇할 뿐이다. 그래도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수련 과정 동안 그가 순순히 가르쳐주는 것만 배울 리가 없다. 그는 혼자서 마법을 연구하다가 금지된 의식까지 행할 뻔한 실수를 저지르는데 오히려 그런 위기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영혼과 차원을 넘나드는 영화 속 배경도 빠질 수 없는 재밋거리 중 하나다. 뻔한 마법물에 질렸다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한번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