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닥터 두리틀
- 개봉: 1999. 01. 30.
- 감독: 베티 토마스
- 출연: 에디 머피 (닥터 존 두리틀 역), 오시 데이비스 (아처 두리틀 역), 카일라 프랫 (마사 두리틀 역), 크리스티 윌슨 (리사 두리틀 역) 등.
강아지와의 대화
마당에서 강아지와 어린 존 두리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사뭇 진지하다. 사람과 강아지의 시간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존은 강아지에 대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왜 강아지들끼리는 서로의 꽁무니 냄새를 맡느냐는 것이다. 강아지는 그가 이해하기 쉽게 그것은 일종의 악수 같은 것이라 말한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존의 아버지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멀쩡한 아들이 온종일 개 앞에 앉아서 중얼거리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닥터 두리틀>의 주인공 존은 강아지와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이해할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은 존을 특이한 아이로만 볼뿐이다. 존의 아버지는 처음엔 아이가 그러다 말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그에게 곧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베스트 프랜드와 이별하다
존의 아버지는 존과 산책을 하다가 그의 새 교장선생님을 만난다. 악수를 청하는 교장선생님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 존 두리틀.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선생님의 엉덩이로 향한다. 그리고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개가 그에게 가르쳐준 대로 존이 선생님의 엉덩이 냄새를 맡기 시작한 것이다. 존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아버지가 황급히 상황을 수습해보지만 이미 이상해진 분위기는 그도 어쩔 도리가 없다.
존에게 악령이 깃들었다고 생각한 그의 아버지는 퇴마를 위해 신부님을 집으로 부른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존을 향해 신부님은 강한 어조로 사탄을 내쫓기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겁에 질린 주인을 보고 가만히 있을 강아지가 어디 있겠는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존을 지켜보던 강아지는 신부의 발을 물어 그를 집 밖으로 내쫓는다.
아이가 평범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존의 아버지는 결국 존의 최고의 친구였던 강아지를 양육하는 것을 포기한다. 베스트 프랜드를 떠나보내면서 눈물 흘리는 존. 아버지는 이제부터는 사람 친구를 사귀라고 그에게 단호하게 충고한다. 그의 가르침대로 존은 그날 이후로 절대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속물로 변해버린 주인공
자신이 개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까지 망각한 채 어른으로 성장한 주인공 존 두리틀 (에디 머피). 그는 이제 개를 개 취급하는 일반적인 성인 남자가 되었다. 아버지를 닮아 동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두리틀. 그래도 유전자는 못 속이는 것인지 그의 막내딸은 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녀는 두리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니피그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그녀의 따뜻한 이불 밑에는 커다란 백조의 알 하나도 있다. 아마 밤새 그 알을 따뜻하게 품었던 것 같다.
너무나 현실적이 되어버린 두리틀은 어린 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길 기대하고 있는 막내딸에게 계란 프라이를 해 먹자는 막말까지 한다. 심지어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그녀에게 착한 아이는 캠프에 가야 한다는 무적의 논리로 딸의 입을 막는다.
믿기 힘든 일의 시작
영화 제목 <닥터 두리틀>에 나와있듯 그의 직업은 의사다. 곧 대기업에 인수될 병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앞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있다. 동료 의사들 중 하나는 병원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기업이 병원을 인수하는 순간 그들은 대기업의 감시하에 제대로 된 진료를 볼 수 없음이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산적인 인간이 돼버린 닥터 두리틀에게 그의 말이 들릴 리가 없다. 그는 계획대로 주말에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한다.
그날 밤 병원으로부터 긴급 호출을 받고 다시 차를 몰아 집으로 되돌아가던 존 두리틀은 길거리에서 개 한 마리와 부딪힌다. 다행히 그 개는 별 이상 없다는 듯 일어나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존이 뭔가 잘못 들은 것일까? 그 개는 존을 향해 눈은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냐는 걸쭉한 욕을 퍼붓는다. 믿기 힘든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음날 기업 관계자들과의 미팅 장소에서 존은 믿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한다. 그의 주변에 있는 동물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딸의 기니피그인 '로드니'와 우연히 대화까지 나누게 된다. 두리틀뿐만 아니라 로드니까지 깜짝 놀란 상황. 너무 놀란 두리틀은 로드니를 길에 버리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아 보이는 로드니. 그는 두리틀을 향해 무슨 의사가 저러냐며 동물 학대죄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결국 다시 로드니를 차에 태우고 가족들이 있는 별장으로 향하는 존. 그날 밤 별장에서는 부엉이 한 마리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것은 바로 날개 밑에 꽂힌 나뭇가지를 빼 달라는 것. 그의 도움을 받은 부엉이는 숲 속 동물들을 모두 모아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의사를 찾았음을 알린다. 모여있는 동물만 해도 염소, 양, 비둘기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리뷰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만한 상상이 영화 <닥터 두리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써먹으려는 주인공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는데 그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꽤나 유쾌하다. 동물들의 걸쭉한 입담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영화의 핵심 포인트들 중 하나다. 인형 같은 외모에서 인생 2회 차를 산 것 같은 사람의 멘트가 나오는데 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귀여운 것들이 세상을 정복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 이때를 두고 한 말인 것일까? 당신이 귀여운 털 뭉치들로부터 힐링을 받는 타입이라면 영화 <닥터 두리틀>을 꼭 한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