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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All about My Wife, 2012) - 그녀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제목: 내 아내의 모든 것
  • 개봉: 2012. 05. 17.
  • 감독: 민규동
  • 출연: 임수정 (연정인 역), 이선균(이두현 역), 류승룡(장성기 역), 이광수(최피디 역) 등. 

 일본에서 만난 운명의 상대. 

 영화 <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첫 장면은 일본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인 정인(임수정)은 일식집에서 막 음식을 먹으려던 순간에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재밌게도 정인은 엄마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해서 쏟아냅니다. 엄마는 정인이 자기가 말할 틈을 전혀 주지 않자 그녀에게 질린 듯 전화를 먼저 끊어버립니다. 정인은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계속합니다. 통화를 마친 후 그녀가 음식을 마저 먹으려던 찰나에 지진이 일어납니다. 약한 진동의 지진이었으나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정인은 크게 겁을 냅니다. 결국 음식점 밖으로 뛰어나와 대피할 곳을 찾던 그녀는 그곳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주인공 두현(이선균)을 만납니다. 

 

 한눈에 정인이 한국인임을 눈치챈 두현은 한국말로 그녀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가 안심하라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조차 들지 못합니다. 겁에 질려 당황을 한 건지 정인은 두현이 계속 한국어로 말을 걸어도 일본어로 대답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특별한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일본으로 유학을 온 유학생입니다. 두 사람은 낯선 이국 땅인 일본에서 급속도로 사랑에 빠집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은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사람의 본색은 결혼 후에 드러난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다음 장면은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앞으로 바뀝니다. 신문 사절 문구가 붙어있는 그들의 집에 신문 배달부가 신문을 넣고 있습니다. 정인은 그를 발견하고 마당으로 나와서는 그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정인은 신문을 더 이상 보지 않겠다며 신문 배달부에게 강하게 항의합니다. 그녀는 신문 배달부가 변명할 틈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말꼬리를 잡고 집요하게 독설을 퍼붓는 정인을 보면 그녀의 엄마조차 그녀를 포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소란스러운 바깥소리에 마당으로 나온 두현은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는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정인이 부끄러운 듯 그녀에게 그만하고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합니다. 정인은 남편이란 사람이 자기편은 되어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그녀를 타박하자 그가 원망스럽습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제목답게 정인의 진짜 모습은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온 후에 알 수 있습니다. 정인은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뜻에 반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독설과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냅니다. 그 상대가 남편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정인은 남편 두현이 음료를 마시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음료를 만들어 그가 마시게끔 합니다. 심지어 그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는 소심하게 그녀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그녀에겐 그의 주장이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볼일을 보면서 음료를 마셔야 하는 두현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그녀에게 시달리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인은 그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까지도 그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불만을 늘어놓습니다. 그가 항의를 제대로 못하는 것도 병이라는 등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독설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그녀의 끊임없는 설교와 불만에 그는 무심코 그녀에게 헤어지잔 말을 합니다. 정인은 정신없이 자기 말만 하던 와중에도 그의 헤어지잔 말은 알아듣습니다. 여기까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봤다면 그의 말을 들은 정인이 다음에 할 일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냐며 주제를 바꿔 그에게 따지기 시작합니다. 두현의 정신 상태는 과연 괜찮은 걸까요? 

이혼이 답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던 정인에 지친 두현은 결국 그녀와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방법으로는 결코 집요한 정인과 이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녀와 이혼할 방법을 찾던 두현은 어느 날 자신의 이웃집에 살고 있는 희대의 바람둥이 성기(류승룡)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에게 은밀한 부탁을 하는데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 장면에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람둥이와 손을 잡은 남편 두현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리뷰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배우 전지현,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는 배우 조정석이 영화의 주역이었다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돋보이는 사람은 바로 배우 류성룡 일 것입니다. 그는 카사노바 역할을 한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영화 개봉 이후 그의 느끼한 바람둥이 역할을 패러디 한 창작물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그가 미쳤던 엄청난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정인의 캐릭터도 독특합니다. 그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편이 되면 든든하지만 적이 되면 피곤한 스타일 이라고나 할까요? 쉽게 말해 그녀는 내가 뭔가 물건을 환불하러 가야 할 때 같이 가면 듬직할 것 같은 타입인데요. 가끔 진상의 모습이 드러날 때도 있긴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변화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모든 배역들이 변화의 양상을 띄게 되는데요. 그 흥미로운 모습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