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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Christopher Robin, 2018)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 제목: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 개봉: 2018. 10. 03.
  • 감독: 마크 포스터 (Marc Forster)
  • 출연: 이완 맥그리거(크리스토퍼 로빈), 짐 커밍스 (푸/티거 목소리 역), 닉 모하메드(피글렛 목소리 역), 브래드 거렛 (이요르 목소리 역), 소피 오코네드 (캉가 목소리 역), 피터 가팔디 (토끼 목소리 역) 등. 

작별의 시간.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깊은 숲 속에서 어린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와 함께 뛰놀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크리스토퍼는 푸의 일행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는 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치 용사처럼 나타나 그를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푸가 토끼의 집에서 너무 많은 꿀을 먹어 굴을 빠져나오지 못할 때나 무서운 '헤팔럼'에게 쫓기고 있을 때에도 크리스퍼 로빈은 항상 푸와 함께였습니다. 크리스토퍼는 푸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입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 친구들과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보여줍니다. 푸, 티거, 토끼, , 피글렛, 이요르, 캥거루 모자 그리고 부엉이까지 모두 모여 크리스토퍼 로빈의 작별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요르는 크리스토퍼 로빈을 위해 쓴 시를 낭독합니다. 그는 떠나는 크리스토퍼 로빈을 아쉬워하는 내용의 시를 준비했습니다. 뒤에서 크리스토퍼가 이요르의 시를 듣고 고마워합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우울한 분위기는 크리스토퍼 로빈은 꺼내놓은 케이크 덕분에 곧 사라집니다. 달콤한 향에 이끌려 푸와 친구들은 케이크를 향해 돌진합니다. 곧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배부르게 케이크와 음식을 먹은 친구들은 꿀을 먹고 있던 푸를 제외하고 모두 잠에 빠집니다. 그 틈을 타 로빈은 어디론가 향합니다. 이때 푸가 그의 행선지를 물어보고는 그를 따라나섭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크리스토퍼와 푸 단 둘의 대화 장면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토퍼는 푸에게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묻습니다. 푸는 자신과 피글렛 그리고 크리스토퍼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가장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크리스토퍼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푸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푸는 그것이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그래도 푸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크리스토퍼가 한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그가 처한 현실을 빗대어 푸에게 고민을 이야기한 것일까요?

 

 푸와 크리스토퍼는 석양이 비추는 언덕 위 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때 크리스토퍼는 자신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며 그가 기숙학교로 가게 된 소식을 전합니다. 푸는 크리스토퍼가 자신을 기억 속에서 잊어버릴까 봐 걱정합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푸의 머릿속에 항상 있다고 하면서 절대 푸를 잊는 일은 없을 거라 자부합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제목처럼 그들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 속으로. 

 처음으로 교복을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선 크리스토퍼는 긴장된 모습입니다. 곧 어머니와 작별하고 기숙학교로 들어간 크리스토퍼는 학교의 엄격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힘든 순간마다 크리스토퍼는 곰돌이 푸가 떠오릅니다. 그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푸를 그리다가 선생님께 들켜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는 우울한 어느날,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크리스토퍼는 굉장히 슬픈 소식을 듣게 됩니다. 어머니가 크리스토퍼를 집으로 잠시 데려가기 위해 학교 앞으로 마중까지 나와있습니다. 도대체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크리스토퍼의 성장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면서 마침내 성인이 된 그의 모습까지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푸는 매년 크리스토퍼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그를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종전 후 크리스토퍼는 한 회사에 취직합니다. 그는 그의 상사로부터 인원감축 소식을 듣습니다. 회사가 불경기를 맞아 직원을 대거 해고하기로 한 것입니다. 상사는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노력 끝에 오로지 패자와 승자만이 남을 뿐이란 말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권고합니다. 크리스토퍼는 그의 부하 직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기 시작합니다.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자 부인 애블린과의 마찰도 잦아집니다. 크리스토퍼는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딸이 자신처럼 기숙학교에 들어가 고급 교육을 받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애블린의 생각은 다릅니다. 아이에게는 아이답게 노는 시간도 중요하다면서 굳이 거리가 먼 기숙학교로 딸 매들린을 보내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튿날, 부인 애블린과 딸은 시골로 잠시 떠나고 크리스토퍼는 딸이 테이블에 올려둔 그림과 편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그 그림은 어린 로빈이 푸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출근해야 하는 로빈은 그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는 급하게 외출 준비를 하다가 꿀병을 쓰러뜨리고 그의 그림은 꿀로 적셔지게 됩니다. 

이번엔 내가 널 찾으러 갈게.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잠에서 깨어난 푸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꿀단지에 꿀이 모두 동난 것을 알게 된 푸는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안갯속을 헤쳐 나가던 푸는 피글렛도 토끼도 모두 집에 없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친구들을 찾으러 숲 속을 돌아다니던 푸는 크리스토퍼가 드나들던 나무집 앞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늘 닫혀 있던 나무 문에서 누군가가 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를 듣고 뒤돌아선 푸는 나무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푸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크리스토퍼가 그의 친구들을 찾아주거나 친구들이 자신을 찾게 도와줄 거라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어두운 나무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푸는 환한 빛으로 이끄는 곳으로 계속해서 걸어 나갑니다. 마침내 푸가 밖으로 나옵니다. 푸에게는 낯선 이 장소는 바로 크리스토퍼 로빈의 집 근처 공원입니다. 푸는 크리스토퍼를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 힘이 빠진 푸는 졸린 듯 근처 벤치 위로 올라가 휴식을 취합니다. 

 크리스토퍼는 집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의 집 앞에서 그를 찾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는 난처한 듯 잠시 푸가 있던 공원으로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그는 푸가 누워있던 벤치 바로 뒤에 앉습니다. 이제 뒤돌아보기만 하면 서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이곳에서 반가운 재회를 할 수 있을까요? 

노란색 곰돌이 푸를 기억 하시나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2018년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던 영화들 중 하나였습니다. 만화로만 접했던 푸를 영화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설레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마 곰돌이 푸를 기억하고 있는 세대에게는 이 영화가 굉장한 선물이 됐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추억 속의 푸를 최근 버전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는 크리스토퍼가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실사 버전으로 제작될 푸와 친구들의 모습 또한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적 순수한 모습이 많이 사라진 어른 크리스토퍼를 보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계산적인 어른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현실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이 지쳐있던 우리 앞에 행복했던 어렸을 적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푸가 나타납니다. 사람은 변화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변한 우리보다 행복해 보이는 건 푸와 친구들입니다. 크리스토퍼는 과연 푸와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의 메시지와 감동을 전해주게 될까요? 여기까지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