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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2021) : 고장나도 괜찮아. 넌 최고니까.

  • 제목: 고장난 론
  • 개봉: 2021. 10. 27.
  • 감독: 사라 스미스, 진 필리프 바인, 옥타비오 E. 로드리게즈

최고의 로봇친구

<고장 난 론>은 신상품 출시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떤 신제품이 나올지 사람들의 기대가 큰 가운데 신제품 발표 연습 중인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마크. 마크는 그가 개발한 핵심코드인 우정 알고리즘을 장착한 신제품 버블봇을 소개한다. 버블봇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워치를 뛰어넘을 것이라 마크는 확신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게 될 버블봇은 영화 <고장 난 론>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세계 최초 버블봇이 드디어 등장한다. 마크는 버블봇의 첫 주인이 될 행운의 주인공의 이름을 부른다. 이름이 호명된 소녀가 관중석에서 무대 위로 올라온다. 엘리라는 이름의 소녀는 버블봇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댄다. 그 순간 버블봇은 그녀의 모든 것을 스캔한다. 연락처에서부터 사진, 그녀의 성향이나 취향 등을 모두 파악한 버블봇은 즉시 엘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버블봇은 우주에 관심이 많은 앨리를 위해 우주여행 3D 화면을 쏘아 같이 셀카를 찍기도 하고 앨리가 탈만한 이동수단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같이 춤도 출 수 있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에 연결해 앨리와 취향이 같은 친구들을 앨리에게 소개해주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최고의 로봇친구이자 개인 비서인 셈. 관중석에 있던 아이들은 홀린 듯 버블봇의 매력에 빠진다. 

 

바니의 생일

시간이 흐르고 버블봇은 상용화되어 버블봇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된다. <고장 난 론>의 이 장면은 마치 스마트폰 사용이 생활화된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버블봇은 아이들 사이에선 애칭으로 비 봇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버블봇 없이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 이 남학생이 바로 <고장 난 론>의 주인공 바니이다. 오늘은 바니의 생일이다. 바니는 자신의 생일파티 종이 초대장을 한가득 준비했다. 바니는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한 장씩 나누어 줄 계획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로봇에 더 익숙한 아이들이 종이 초대장에 관심이 있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 바니도 역시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바니는 초대장을 준비해오긴 했지만 내성적인 그는 그것들을 가방에서 꺼내지조차 못한다. 바니가 가장 고역이라고 생각하는 쉬는 시간이 됐다. 아이들 모두 자신의 버블봇을 가지고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버블봇이 없으면 서로 대화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분위기에 바니는 다시 교실로 가기 위해 뒤로 돌아선다. 하지만 이 모습을 그의 선생님이 발견한다. 바니의 할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오늘이 바니의 생일임을 알고 있었던 선생님은 나름대로 그를 위해  뭔가 해보려고 한다. 선생님은 바니가 초대장을 나눠주는 것을 돕고자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바니를 껴안기까지 한다. 영화 <고장 난 론> 전체를 통틀어 가장 당황스러운 장면이다. 이 놀라운 광경에 아이들 모두 바니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바니는 무척이나 난처해 보인다. 몇몇의 아이들이 마지못해 바니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다가온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척 지나가 주는 게 더 고마울 것 같다. 어떤 아이들은 바니의 취미를 조롱하며 비봇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바니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결국 생일파티에 친구를 한 명도 초대하지 못한 바니는 혼자서 집으로 돌아온다. 

 

깜짝 생일선물

엄마 없이 아빠,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바니. 아빠와 할머니는 바니를 사랑하긴 하지만 바니의 생활에 대해선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아빠는 바니가 비봇이 없어 학교에서 겉돌기만 하는 사정을 알지 못한다. 그는 비봇 없이는 친구도 못 사귀냐며 바니에게 친구 하나 없는 것을 지적하기까지 한다. 요즘 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아빠와 할머니. 하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던 착한 바니는 그저 아빠의 충고를 듣고만 있을 뿐이다. 

바니의 집 앞으로 버블봇 택배가 도착한다. 아빠의 깜짝 생일 선물인 줄 알고 바니는 황급히 뛰어나간다. 하지만 포장지를 뜯어보니 그것은 버블봇이 아니라 커다란 돌멩이였다. 학교에서 바니를 조롱하던 아이들이 버블봇이 없는 바니를 놀리기 위해 장난을 친 것. 주변에 숨어있던 그들은 선물을 받고 실망하는 표정의 바니의 모습을 녹화하기까지 한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아버지는 뒤늦게서야 버블봇을 사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매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버블봇을 구매하기 위해선 3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들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간다. 폐기품들을 싣고 온 듯 보이는 차 안에서 상처가 난 버블봇 하나가 보인다. 아빠는 그것을 가져다가 바니에게 선물한다. 아침에 버블봇을 확인하고 바니는 뛸 듯이 기뻐한다. 자신의 정보를 입력시키기 위해 바니가 비봇에게 손을 가져다 댄다. 하지만 고장이 난 것인지 설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니가 비봇을 좌우로 흔들어보자 정신을 차린 듯 비봇이 천천히 일어선다. 그런데 상태가 영 이상하다. 버퍼링이 걸린 듯 화면이 자주 깨진다. 자동으로 연결돼야 할 버블 네트워크에 수동으로 연결해달라는 경고음도 반복된다. 바니를 자꾸 압솔롬이라고 부르며 제멋대로 작동되는 비봇. 등교가 급했던 바니는 일단 비봇을 데리고 나가려 하지만 비봇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계단에서 구르기까지 한다. 다가오는 트럭을 감지 못해 트럭 밑에 깔리고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 것을 보면 오류가 심각한 듯하다. 결국 바니는 비봇에게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라며 비봇을 집에 두고 나온다. 이제야 제대로 바니의 명령어를 알아들은 듯한 비봇. 하지만 곧 집에서 는 비봇의 대환장 파티가 시작된다.  

 

리뷰

디즈니 플러스에 새 애니메이션 영화가 떴다! 2021년 10월 27일 따끈따끈한 개봉작인 <고장 난 론>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 반영이 너무나 잘 된 영화 배경 탓에 처음엔 약간 낯선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디즈니 고전 명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마 나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예상된다. 하지만 <고장 난 론>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선한 주인공과 그를 괴롭히는 악당. 그리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친구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진부한 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체가 진부해지느냐 아니냐는 연출에 따라 달린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영화 <고장 난 론> 은 연출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 제목 <고장 난 론> 그대로 정말 고장 난 론의 엉뚱한 활약은 영화가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류가 있는 로봇이 인간들이 설정해놓은 대로 움직이는 로봇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사람도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로봇도 마찬가지인 것일까? 

영화 <고장 난 론>이 주는 메시지는 우정뿐만이 아니다. 핸드폰이나 전자기기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세태를 제대로 꼬집기까지 한다. 그것도 유머를 곁들여서 말이다.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준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만약 <고장 난 론>을 어른들이 시청한다면 생각해볼거리가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