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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 2012)

  • 제목: 건축학개론
  • 개봉: 2012. 03. 22
  • 감독: 이용주
  • 출연: 엄태웅, 이제훈 (승민 역), 한가인, 수지( 서연 역), 조정석 (납뜩이 역), 유연석 (재욱 역) 등. 

풍경이 아름다운 제주도 집

<건축학 개론>은 제주도의 어느 낡은 집을 둘러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집 앞엔 바로 바다가 보인다. 집 개조만 조금 거친다면 풍경이 좋은 멋진 집이 될 수 있으리. 여자는 몇 번 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그곳을 떠난다.

<건축한 개론>의 다음 장면은 건축 사무소로 옮겨진다. <건축학 개론>의 주인공 승민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밤을 새웠다. 최근의 설계 작업 건 때문에 제때 씻지도 못하고 며칠 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피곤함에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그를 찾아온다. 그녀는 바로 영화 첫 장면에 등장했던 여자 서연(한가인)이었다. 

 

서연은 승민을 응접실에서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그런 서연과 다르게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승민때문에 서연은 급 멋쩍어진다. 서연은 승민과 자신이 대학 동기였고 당시 음대를 다녔었다고 밝힌다. 그쯤 말하면 알아들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순간 승민이 그제야 그녀를 알아본다. 드디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던 그들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나게 됐다. 이미 서연은 결혼도 한 상태. 서연은 서류를 하나 꺼내 승민에게 건넨다. 방금 서연이 둘러본 제주도 집에 관련한 서류다. 서연은 제주도 집 건축을 승민에게 맡긴다. 승민은 해본 적 없는 일이라는 핑계를 대며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려 하지만 상사의 지시로 결국 일을 맡게 된다. 

 

그들의 대학 시절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민은 서연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질 않는다. 그는 의사 사모님이 왜 좋은 집 놔두고 제주도에 집을 지으려 하냐며 비아냥 거리기까지 한다. 제대로 화난 서연은 돈지랄하고 싶어서 그랬다며 아무 말이나 던지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말 더럽게 재수 없게 하네' 란 쐐기까지 박으면서. 미안해진 승민은 서연에게 집을 지으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서 그랬다며 그녀 앞에서 꼬리를 내린다. 그의 능청스러운 대사에 마음이 풀린 서연은 제주도 집을 다시 살필 겸 승민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간다. 사실 서연이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으려고 하는 제주도 집은 그녀가 어렸을 때 살았던 아버지의 집이었다. 지금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가 쾌차하시면 지내실 곳이기도 했다.

승민은 서연의 마음에 들 때까지 설계도를 여러 번 수정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그녀에게 한 번에 오케이를 받기란 쉽지가 않다. 쉬는 시간 겸 승민과 그의 조수 그리고 서연은 카페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다. 그때 영화 <건축학개론>은 승민과 서연이 처음 만났던 대학시절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제목이 왜 건축학 개론인지 했더니 승민과 서연이 처음 같이 들었던 수업이 건축학 개론이었다. 타과 학생이었던 서연은 승민의 선배인 재욱(유연석)의 소개로 수업을 수강했던 것이었다. 승민은 서연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순수했던 승민은 서연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마침 교수님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칠판에 나와 표시해보라고 하는데 승민과 서연 두 사람이 사는 곳이 정릉으로 일치한다. 오늘의 건축학 개론 과제는 자신이 사는 동네의 사진을 찍어오는 것. 승민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동네 이곳저곳을 사진 찍다가 우연히 서연을 마주친다. 마을을 같이 돌아보던 두 사람은 서연의 제안으로 과제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는데 그날 이후로 승민은 외모에 부쩍 신경 쓰기 시작한다. 

 

사랑과 이별

승민은 서연의 마음을 떠볼 생각으로 왜 음대생이 건축과 수업을 듣는 건지, 선배 재욱과는 어떤 사이인지를 물어본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까. 서연은 잘생기고 집도 부자인 동아리 선배 재욱을 짝사랑해서 수업까지 따라 듣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욱이 자신에겐 관심이 없다며 서연은 시무룩해한다. 시무룩해진 건 승민도 마찬가지다. 승민은 친구 납뜩이(조정석)를 만나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랑 사귀는 재수생 납뜩이가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납뜩이는 독서실에서 자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학생 둘을 싱 숭이 생숭이라고 이름까지 붙였다고 한다. 승민이 그게 뭐냐고 묻자 자신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심지어 생숭이를 승민과 소개팅 시켜주려 하는데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3이란다. 엉뚱한 납뜩이의 발언은 이후로도 계속되는데 그때마다 빵빵 터진다. 아직 <건축학개론>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주목하시길. 

 

그래도 제법 사이가 많이 가까워진 두 사람. 그 사이 서연은 강남으로 이사했고 승민은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울 겸 그녀의 집에 방문한 첫 손님이 된다. 첫눈 오는 날 만날 약속까지 하는 것을 보면 두 사람 꽤나 분위기가 좋다. 시간은 흘러 건축학개론 수업도 종강을 맞이한다. 맥주집에서 종강 뒤풀이를 하는 내내 서연은 승민만을 찾는다. 그 시각 승민은 서연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사랑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승민은 술 취한 서연을 선배 재욱이 부축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오해를 한다. 승민은 서연이 그동안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한다. 승민은 자신을 찾아온 서연에게 눈앞에서 꺼져달라며 막말을 하고 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십수 년이 지난 뒤 서연이 승민을 찾아왔을 때 그가 그녀에게 까칠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리뷰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봤던 기억이 생생한 <건축학개론>이 벌써 10년 전 영화라니 감회가 새롭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남자들의 국민 첫사랑이 된 수지. 영화에 대한 여운이 유독 남자들에게 많이 남았었다는 그 당시 영화 감상평이 떠오른다. 실제 영화를 같이 봤었던 친구들 중 남자아이들이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자신들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떠올랐기 때문일까? 남자들에게 있어 첫사랑의 의미는 대단한 것이라던데 실제로 그걸 느꼈던 순간이었다.

영화는 내게 풋풋한 느낌을 상기시켜줬다. 왜 대학생 1학년생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지 않은가. 설레는 캠퍼스 분위기 속 관심 가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들 말이다. 연애 감정에 따라서 세상이 천국으로 변하기도 했고 지옥으로 변하기도 했다. 지금 다시 사랑을 한다 해도 순수했던 그때처럼 과연 올인할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툰 승민을 보다 보면 옛날 내 모습은 어땠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